종이 한 장으로 대신한 학교안전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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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 한 장으로 대신한 학교안전관리

지역 한 대학 건물 창문높이 84㎝ 불과, 초등생 자격시험장소 이용돼 추락위험 지난해 지적 불구 제대로된 조치 없어

  • 승인 2014-08-06 21:43
  • 신문게재 2014-08-08 10면
  • 이하준 시민기자이하준 시민기자
●[10대 학생기자가 보는 세상]

▲ 문제가 된 해당 4층 건물. 10m높이의 4층건물에 있는 창문 높이가 84cm에 불과해 보기에도 아찔하다.
▲ 문제가 된 해당 4층 건물. 10m높이의 4층건물에 있는 창문 높이가 84cm에 불과해 보기에도 아찔하다.
'안전사고의 위험이 있으니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주의하라'는 경고문은 에이포(A4) 용지에 인쇄되어 4층 건물의 각 층 창문틀 주위에 부착되어 있다.

초·중학교 및 고등학생들이 자격검정시험을 위해 자주 이용하는 한 대학의 4층 건물 창문 높이가 84cm 불과해 추락 위험이 있다는 지적이 오래전부터 제기되자 학교 당국이 1년 만에 내놓은 대응책이다. 학교나 일반 건물 창문에서 추락사고가 자주 발생하고 있는 현실에서 학교 측의 대응이 지나치게 안이하다고 지적을 받을만하다.<본보 2013년 11월 1일자 10면 보도>

이 창틀은 5년 전 이 건물에 엘리베이터가 신설되면서 생겼다. 1, 2, 3, 4 층 모두 바닥부터 창틀까지의 높이가 불과 84cm밖에 되지 않는다. 이는 초등학교의 창문 높이를 법으로 권장하는 120cm에도 훨씬 못 미치는 높이이다.

이 창틀이 안전사고를 부추기는 또 다른 이유는 창틀의 넓은 면적 때문이다. 창틀이 설치된 벽은 가로 278m, 세로 276m인데 창문틀은 가로 176m, 세로 175m이다. 벽면의 대부분을 창문이 차지하면서 안전 높이가 84cm밖에 확보될 수 없게 되었다. 이러한 대형 창문은 채광과 비상시 학생들의 탈출을 용이하게 할 수도 있다.

하지만 4층에 설치된 창문은 완강기 같은 기구 없이는 탈출하는데 무용지물이다. 오히려 10m나 되는 높은 곳에 위치한 위험요소로만 여겨질 뿐이다. 그나마 1층에 설치된 창문에도 방범창이 설치되고 자물쇠로 잠겨 있다. 결국 1, 2, 3, 4 층에 설치된 넓은 창들은 화재시 대피목적으로 별 쓸모가 없게 된 셈이다.

이러한 위험요소에도 불구하고 해당 대학에서는 A4용지 한 장에 '주의하라'는 경고 문구만 붙여두었다. 이 건물의 각 층 중앙 로비 창문의 높이는 95cm이고 옥상의 난간은 110cm이다. 엘리베이터 옆에 신설된 창문의 높이 84cm는 같은 건물 같은 층의 창문 높이에 비해서도 매우 낮아서 이용자들이 느끼는 체감 위험은 상대적으로 훨씬 크다.

▲ 지역 대학의 한 4층 건물 창문 높이가 84cm 불과해 추락 위험이 있다는 지적이 지난해부터 제기되고 있지만 창문 옆에는 덩그라니 A4용지에 적은 경고문만 부착되어있다.
▲ 지역 대학의 한 4층 건물 창문 높이가 84cm 불과해 추락 위험이 있다는 지적이 지난해부터 제기되고 있지만 창문 옆에는 덩그라니 A4용지에 적은 경고문만 부착되어있다.
한편 이 건물과 연결이 되어있는 신설 강의동의 창틀은 추락에 대비한 안전장치가 촘촘하게 설치돼 있다. 4층 규모의 신설 강의동에도 문제가 된 앞의 건물처럼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었다. 각 층의 엘리베이터 옆에 붙어있는 창문들마다 학생들의 안전을 위해 추락방지용 장치가 장착되어있다.

창문의 높이가 84cm밖에 되지 않는 문제의 건물을 이용한 적이 있는 초등학교 6학년 이 모군은 “4층에 올라간 적이 있었는데, 창밖을 바라보다가 창문이 너무 낮아서 떨어질까 봐 조마조마했다”고 밝혔다. 이 건물을 이용하고 있는 대다수의 대학생들도 낮은 창틀로 인해 불안함을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해당 대학 관계자는 “이 건물은 완공 될 당시에 건축법상 아무런 문제가 없던 건물이었다. 하지만 기사 보도 이후 학생들의 안전을 위해 각 층의 창틀마다 안전바를 설치할 것을 계획중이다”라고 밝혔다.

채광과 대피의 용이를 위해 창문을 크게 하고 창틀을 낮추었다면 그에 맞추어 안전을 위한 장치를 설치하는 것이 시급하다.

이하준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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