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장애인 생산시설에서 생산하는 품목은 한정돼 있지만 공사나 용역까지 포함한 공공기관 총 구매액의 1% 이상으로 규정하고 있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보건복지부는 이 지표를 정부합동평가 항목에 포함해 대전 뿐 아니라 전국 지자체가 벙어리 냉가슴을 앓고 있다.
6일 대전시에 따르면 2008년 중증장애인 생산품 우선구매 특별법이 제정되면서 지자체 등 공공기관은 의무적으로 총 구매액의 1% 이상 구매해야 한다.
대전의 중증장애인 생산품 우선구매 실적은 올 상반기까지 본청 0.34%, 산하 사업소 0.29% 등 평균 0.32%에 불과하다.
대전의 중증장애인 생산시설은 지난 4월 현재 대전시설관리공단에서 운영하는 무지개복지공장을 비롯해 11곳이 지정돼 있다.
중증장애인 생산시설은 장애인고용 현황이나 생산품목 등 보건복지부 장관이 인증해 지정한다.
대전 뿐 아니라 전국 대부분의 중증장애인 생산시설에서 생산하는 품목은 주로 핸드타월, 점보롤, 복사용지, 제과ㆍ제빵 등 한정돼 있다.
중증장애가 있는 만큼 근로여건 뿐 아니라 생산 가능한 품목이 부득이하게 제한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하지만 중증장애인 생산품 우선구매 특별법에는 별도 품목을 정한 게 아니라 기관별 총 구매액의 1%로 규정하고 있다.
총 구매액에는 공사나 용역, 물품 구매 등이 모두 포함된다. 실제 핸드타월이나 복사용지, 문구용품의 단가는 공사나 용역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크게 떨어진다. 예를 들어 소프트웨어나 시멘트의 경우 한번 구매하면 수억, 수십억원에 달할 수 있지만 중증장애인 생산시설은 없다.
복사용지와 핸드타월, 문구용품을 아무리 구매해도 수억, 수십억짜리 공사나 용역과는 비교 자체가 어렵다.
추석이나 설 등에 국가유공자들에게 선물로 제공하는 온누리상품권도 구매금액이 상당하지만 이 역시 중증장애인 생산시설과는 동떨어진 구매품목이다.
때문에 중증장애인 생산품 우선구매 특별법은 법으로만 규정했을 뿐 현실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
시 관계자는 “전국 지자체중 총 구매액의 1% 이상 규정에 들어맞는 지자체는 없을 것”이라며 “중증장애인 시설에서 생산하는 품목을 별도로 정하거나 법에 적용되는 구매품목을 현실에 맞게 지정하면 특별법 제정 취지나 효과도 상승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영록 기자 idolnamba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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