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장마도 지나가고 따가운 햇볕 가운데서도 매미 소리가 정겹다. 매미소리에 이어 풀벌레들이 가을을 마중하려는 듯 잔디밭에서 뛰어 놀고 있다. 머지않아 풀벌레들도 가을맞이 노래를 들려줄 것이다.
장마가 끝나고 나면 비가 오는 동안 눅눅해진 생활용품들을 강한 햇볕과 상큼한 바람으로 말려서 뽀송뽀송하게 하곤 한다. 특히 두터운 이불이나 요 등은 가끔씩 내다 걸어 말리곤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습기 때문에 곰팡이가 나거나 곰팡이 냄새가 나면 홑청(요나 이불 따위의 겉에 씌우는 한 겹으로 된 천:커버)을 벗겨내어 빨기도 하고 심한 경우에는 이불이나 요의 속을 이루는 솜들까지도 꺼내어 솜틀집에 가서 손을 보기도 하였다.
홑청을 벗겨내어 물에 담가 불려서 빤 다음에 쌀이나 밀로 풀을 쑤어 먹여서 말린 다음 다듬이질을 하거나 다림질을 하여 이불이나 요에 씌워 쓰곤 하였다. 다른 일들은 혼자할 수 있는 일이었지만 다림질은 혼자하기가 힘들었다.
요즈음 생각하면 의아하겠지만, 홑청은 폭이 넓을 뿐만 아니라 길이가 길었다. 홑청을 다림질할 때는 둘이상이 양쪽에 마주 앉아서 넓고 기다란 홑청을 마주잡고 한사람이 다리미를 길게 밀어 올렸다 내리기를 여러 차례 반복하면서 다림질을 하였다.
이때 쓰던 다리미는 숯불 다리미였다. 숯불 다리미는 숯불을 담아서 쓰던 다리미였다. 요즈음은 박물관에 가서야 찾아볼 수 있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흔히 쓰던 다리미였다. 전기가 들어오고 나서도 한참 뒤에서야 전기다리미를 쓸 수 있었다. 전기다리미가 들어오고 나서 바닥이나 모양을 전기다리미처럼 만든 숯불 다리미가 등장하기도 하였다. 이 개량 숯불 다리미는 뚜껑이 있었다. 뚜껑을 열고 숯불을 넣어 써야 했기 때문에 덩치가 컸으며 숯불이 꺼지지 않도록 하는 공기구멍이 있었다. 앞쪽에는 오리목처럼 휘어진 둥글고 큰 연통이 있었다. 뚜껑 손잡이는 예쁜 동물모습으로 장식하기도 하였다.
원래 숯불다리미는 작은 프라이팬처럼 생긴 둥근 무쇠 그릇에 긴 자루를 달고 다림질을 하였다. 이 둥근 숯불 다리미는 요즈음 다리미처럼 뚜껑으로 감싸져 있는게 아니었다. 이글거리는 검붉은 숯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다림질을 할 때 쭉 뻗어서 홑청이나 다림질할 물건을 마주잡고 있는 사람 얼굴 가까이 오면 숯불의 열기에 깜짝 놀라 잡고 있던 물건을 자신도 모르게 놓기도 하였다.
정동찬ㆍ국립중앙과학관 과학사연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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