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배지 달아줬더니 눈 먼 구의원

중·서구 한달째 원구성 파행… 구행정까지 마비 자질 논란 의원 해임할 수 있는 "주민소환제 도입하자"목소리 높아

일부 자치구의회가 한 달에 가깝도록 원구성도 못하자 이들 구의원의 자질에 대한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구민의 대표로 선출된 구의원들이 사리사욕에 눈이 멀어 자리싸움을 벌이면서 자치구 행정까지 마비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6ㆍ4지방선거로 선출된 구의원들은 이달 개원 일정에 맞춰 의정활동을 시작해야 하지만 중구의회와 서구의회는 공식임기가 시작된 지 한 달에 가깝도록 원구성을 하지 못하고 의원간 마찰을 빚었다. 서구의회에서는 일부 구의원의 탈당사태가 구의원간 반목을 키우고 있다.

의장선출은 물론, 상임위원장 배분에서 상대정당 의원간 밥그릇 싸움에 자치구의 행정업무까지 제자리걸음이다.

중구는 지방공무원 여비 조례를 비롯해 동 명칭 및 구역변경 조례를 상정하지도 못하고 발만 구르고 있다.

대전시 문화재로 지정된 사찰이 행정지역상 근접 동지역에 겹쳐지면서 이에 대한 동지역 변경을 해야 하지만 구의회의 파행에 답보상태다. 구 자체적으로 의회에 임시회 소집을 요구할 예정이지만 원 구성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무용지물이다.

서구는 일반직을 4명 줄이고 별정직을 4명 늘리는 내용의 지방공무원 정원 조례와 의료급여법 개정에 따른 의료급여기금 특별회계 설치 및 운영조례 개정을 하지 못하고 있다. 원구성에 파행을 빚은 서구의회는 자치구의 조례개정안을 살피지 못해 구민들의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구의원들이 의장이나 상임위원장직을 놓고 의원간 협의를 하지 못해 파행을 빚자 이들에 대한 주민소환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재 주민소환제는 구의원에 대해 전체 유권자의 20% 이상이 동의하면 주민투표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여기에 유권자의 3분의 1 이상이 투표해 과반의 찬성이 나오면 해당 구의원을 해임할 수 있다.

다만, 현재의 주민소환제도가 실제 구의원을 재심판하기에는 조건이 까다로운 만큼 주민소환제 조건을 일부분 완화해야 한다는 조언도 뒤따른다. 기존 선거의 평균 투표율이 50% 안팎으로 저조한 상황에서 해임이 가능한 투표율을 낮춰야 한다는 얘기다.

문창기 대전참여자치연대 사무국장은 “주민소환제는 현실적으로 접목하기는 쉽지 않은 제도이기 때문에 기준을 완화해 구의원에 대한 주민들의 견제 기능을 사실상 강화해야 한다”며 “의원들간 합의하에 전반기와 후반기로 위원장직을 번갈아하면 되는데 서로 신뢰를 갖지 않아 합의점을 찾는 게 어려운 것 같다”고 말했다.

이경태 기자 biggerthanseou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