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그렇게 돼야 한다는 ‘당위’로 되는 것이 아니다. 인식 변화는 물론 패러다임 변화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지역개발의 주도권을 중앙에서 지방으로 옮긴다는 것도 지방의 자율성에 걸맞은 권한과 재정 동원 능력이 선행돼야 한다. 지금처럼 지방 재정 부족분을 메워달라고 중앙 정치권에 통사정하는 방식으로는 안 된다.
동반자 관계를 위해 특히 강조돼야 할 것이 지방의 위상 강화다. 이는 중앙행정이 지방에 행하는 영향력 감소를 의미할 수도 있다. 국가중심시대에서 지방분권이 되려면 중앙정부의 결단이 필요할 때가 더 많다. 예를 들어 이춘희 세종시장이 한글날 행사를 세종시에서 개최하자고 건의한 것도 그런 맥락에서 풀 수 있다고 본다.
이날 안희정 충남지사가 건의한 농업시장 개방에 따른 실효적인 농업지원 대책도 우리 농업 문제이면서 지방이 직면한 현안이기도 하다. 지방정부의 세입세출 불균형 해소를 위해 지방재정을 확충해야 한다는 이시종 충북지사의 발언도 중앙정부의 처분만 기다리는 지방분권의 현주소를 잘 설명해주고 있다.
민선 6기에서 국가·지방 간 합리적 재정관계 정립 방안부터 논의돼야 한다. 그리고 ‘민원’ 해결 차원을 넘어 지방자치제도 정비로 풀어야 한다. 지방자치 24년째를 맞고도 각 지역이 주체가 되지 못하고 있다. 자치단체 역량 강화와 주민의 실질적 참여도 한계점에 달해 있다. 지금 말하는 소통이 지방분권을 내실화하는 가운데 신뢰 속에 이뤄져야 한다고 보는 이유다.
눈 감은 정부, 귀 막은 지자체가 서로 소통을 이룰 수 없다. 국가발전 동반자로서 효율적인 소통을 바란다면 시·도지사들이 뜻을 모아 요구한 중앙·지방 협력회의와 같은 권한과 실천력을 갖는 협의체 또는 회의체 설치는 기본이다. 지방 발전의 해법부터 중앙과 지방이 함께 찾자는 것이다. 같은 취지의 법안이 국회에서 장기 표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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