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과수는 ‘시신의 장기는 모두 유실돼 검사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검사가 불가능하게 된 결정적원인은 경찰의 허술한 초동 대응 때문이다. 지난달 12일 변사체 발견 사실을 전해들은 경찰은 현장에 남겨진 물품에 대한 세심한 관찰만 했어도 시신의 주인공이 유병언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 와서 경찰만 탓하기엔 때 늦은 감이 없지 않다. 따라서 사인규명에서 미진한 의문점들에 대해 보다 명백하게 밝혀야 할 사안들이 적지 않다. 먼저 유씨의 사망이 자살인지 아니면 자연사인지, 타살인지를 밝혀야 한다. 시신의 부패가 심한 탓에 사인을 규명할 수는 없다고 하더라도 시신 발견 장소의 정황 등을 보다 면밀하게 관찰해 사인의 밝혀야 한다.
이는 국과수의 발표와 관련, 일부 법의학자들 역시 현장의 상황 등을 통해 얻은 데이터를 활용해 사망원인을 밝힐 수도 있다는 것이다. 유씨는 도주하면서도 거액의 현금을 소지한 것으로 드러났으나 시신의 소지품에서는 현금이 발견되지 않았다. 유씨를 둘러싼 이 같은 의문점 또한 눈여겨봐야 한다.
물론 일부는 유씨가 고령인 나이에 고혈압 등의 지병을 지닌 몸으로 험준한 산세를 헤매다 지친 나머지 저체온증으로 사망하지 않았겠냐고 추측하기도 한다. 특히 그가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 5월 하순~6월 초순에는 비가 자주 내리는 날씨로 옷이 젖은 상태에서 저체온증으로 인한 사망을 추정한 것이다. 그러나 이런 추정도 정황적 상황으로 이 역시 향후 추적을 통해 밝혀야 할 사안 가운데 하나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책임자들에 대한 문책도 빠뜨려서는 안될 일이다. 특히 검찰과 경찰의 공조 부재는 오랜 관행처럼 이어져오고 있는 적폐 가운데 하나다. 박근혜 대통령이 강조해오고 있는 사라져야 될 바로 그 적폐라는 이야기다. 이 적폐의 한 가운데 있는 법무장관이나 검찰총장 및 경찰청장 등이 그 책임을 져야 할 당사자들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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