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즈마 그룹이 지난해 8월 '2013 요즈마 창조경제 포럼'(YOZMA Creative Economy Forum 2013)을 개최, 한국의 창조경제 구현에 직접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안을 모색했다.[요즈마그룹 한국지사 제공] |
이후 지난해 11월 미래창조과학부는 예다 모델을 차용해 IBS이노베이션을 만들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예다는 와이즈만연구소의 연구 성과를 사업화하는 기술사업화 전문회사로, 연간 100억 달러의 로열티 수익 성과를 거두고 있다. 또한 미래부는 지난해 11월 21일 주요 정부 출연 연구기관 17개가 출자한 한국과학기술지주를 공식 출범시켰다. 한국과학기술지주 역시 출연 연구기관의 연구 성과를 사업화하는 것을 전담하는 조직이다.
한국과학기술지주는 앞으로 10년 동안 벤처와 창업기업 250여 개를 자회사 형태로 설립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그동안 정부와 출연 연구기관은 연구 성과의 활용성이 떨어진다는 비난을 받아 왔다. IBS이노베이션과 한국과학기술지주는 이러한 고민 속에서 나온 것으로 보여진다.
여기서 주목한 것이 예다의 성공에는 요즈마 펀드가 있었다는 사실이다. 1990년 초반 이스라엘 정부가 인큐베이터와 요즈마펀드((Yozma) 를 설립, 창업기업을 헌신적으로 지원하면서 대학 및 연구소 기술들이 주인을 만나 사업화라는 날개를 달았기 때문이다.
▲이스라엘 창조경제의 마중물, 요즈마 펀드='요즈마'는 히브리어로 '창의ㆍ독창'이라는 의미이다. 요즈마펀드는 1993년 이스라엘정부가 창업벤처의 글로벌화를 지원하기 위해 민간과 공동으로 조성한 펀드로 초기 규모는 2억달러였다. 그러나 현재 20배가량 증가해 40억달러(우리나라 돈으로 약 4조원) 규모로 커졌다.
요즈마펀드의 태동 배경은 1990년대 소련의 붕괴로 러시아계 유대인 100만명 유입을 들 수 있다. 이스라엘은 이들의 높은 실업률에 대한 방안으로 '요즈마펀드' 등 투자 중심의 혁신적 연구ㆍ개발 정책을 주도하며 하이테크 산업을 육성했다. 이로인해 이스라엘은 성경 구절을 빗대 '스타트업이 흐르는 땅이'라는 수식어가 따라 다닐 정도로 '창업국가'로 우뚝 서게 됐다.
요즈마 펀드의 산파자는 이스라엘 산업통상노동부 수석과학관 출신인 이갈 에를리히(Yigal Erlich) 회장이다. 이갈 회장은 1990년초 산업통상노동부 수석과학관으로 연구개발 과제를 신청한 벤처기업들을 평가하고 보조금을 지원하는 업무를 맡았다.
이갈 회장은 “당시 자금지원뿐만 아니라 해외 진출을 돕는 멘토링 지원이 가장 시급하다고 인식, 벤처캐피털에 주목하기 시작했다”며 “기술개발을 막 끝냈거나 성장 초입 단계에 있는 기술벤처들에 자금을 투자하는 정부, 민간 파트너십 형태의 요즈마 펀드를 설립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창업을 활성화하려면 벤처캐피털 산업을 키워야 한다고 믿었기 때문에 요즈마 펀드를 기업에 직접 투자하는 모델이 아니라 벤처캐피털 펀드에 투자하는 모태펀드로 설계했다”며 “해외 우수 벤처 캐피털사와 손을 잡고 펀드를 결성할 경우, 총 결성 금액의 40%를 지원했다”고 했다.
▲'실패속에서 성공을 찾다'=요즈마 펀드가 설립되기 전인 1992년 이스라엘 재무부에서는 인발(Inbal) 펀드를 결성, 벤처기업을 지원하고 있었다. 그러나 인발펀드는 6년만인 1998년 실패한 투자 모델로 평가받고 종료됐다.
인발펀드는 성공했을 때 보상해주는 것이 아니라 실패했을 때 손실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투자자의 손실을 최대 70%까지 보전해줬다.
이는 정부가 공적보증기관을 끼워넣어 민간의 위험을 대신 감수해줬기 때문에 해외 우수한 벤처캐피털을 끌어들이지 못하고 이스라엘 국내 벤처캐피털만 이 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구조였다. 특히 성공 인센티브가 없다는 점에서 벤처캐피털로 하여금 투자기업에 자금투자 이상의 서비스, 멘토링 등의 역할을 기대할 수 없다보니 더 이상의 가이드 라인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평가다.
인발펀드의 실패는 요즈마 펀드의 획기적인 성공을 이끌어낸 계기가 됐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주 이스라엘 대사관 김일수 대사와 김영태 청와대 중소기업비서관실 행정관(전 주 이스라엘 대사관 산업관)은 공동 저서인 '탈무드 창조경제'에서 “요즈마 프로그램의 획기적 성공의 이면에는 이른바 인발 프로그램의 실패가 뒷받침 되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인발프로그램이 전문적인 벤처캐피털 투자역량과 스타트업과 벤처캐피탈간의 상호 학습 효과 등을 간과하는 관료주의로 인해 결국 실패로 끝났다”며 “이로 인해 당시 이갈이 이끄는 수석과학관실에서 인발프로그램의 실패를 거울삼아 정치 지도부의 지지를 받아 획기적인 요즈마펀드 프로그램을 기획ㆍ실행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또한 이스라엘에서는 창업에 실패한 기업가들이 다시 창업에 도전하고 성공한 창업가도 기업을 매각한 후 다시 새로운 아이템을 발굴해 창업에 도전하는 '연쇄 창업가'라는 단어가 있다.
이원재 요즈마그룹 한국 지사장은 “많은 이스라엘 사람들의 이력서에서는 한두번 이상의 창업경력이 적혀 있다”며 “이는 진입과 퇴출이 자유롭고 역동적인 이스라엘의 창업 생태계를 제대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20여년 동안 이스라엘에 거주했던 이 지사장은 “이스라엘의 창조경제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후즈파' 정신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 있다”며 “이 정신은 항상 위험을 감수하고 도전을 즐기며 실패에서도 배우는 것이 있다고 생각하는 이스라엘 문화를 대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스라엘 텔아비브=배문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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