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둔산 터줏대감' 170살 느티나무 '추억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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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둔산 터줏대감' 170살 느티나무 '추억 속으로'

결국 고사… 22년만에 해체작업으로 사라져

  • 승인 2014-07-17 18:01
  • 신문게재 2014-07-18 6면
  • 임병안 기자임병안 기자
▲ 수령 170년의 둔산동 느티나무가 고사해 해체된 후 샘머리공원에 빈 터만 남았다.
▲ 수령 170년의 둔산동 느티나무가 고사해 해체된 후 샘머리공원에 빈 터만 남았다.
<속보>=대전 서구 둔산동을 지켜온 수령 170년의 느티나무가 결국 고사해 뿌리째 뽑혔다.

대전 서구청은 1982년 마을나무로 지정돼 보존되면서 1992년 12월 서구 샘머리공원으로 이식했던 느티나무 해체작업을 지난 16일 마무리했다.

이 느티나무는 둔산에 아파트가 만들어지고 빌딩이 세워지면서 나무 대부분이 베어질 때 둔지미 원주민의 요구로 공원자리에 이식돼 보존돼왔다.

▲ 수령 170년의 둔산동 느티나무.
▲ 수령 170년의 둔산동 느티나무.
둥구나무로 불렸던 느티나무는 2009년부터 뿌리가 썩는 병이 나기 시작했다. 당시 나무가지가 말라 땅을 파보니 뿌리가 절반 가까이 썩어 도려내는 수술을 받았고, 2011년에는 동측 굵은 가지가 고사해 끊어내는 작업이 진행됐다.

이후 영양제를 주사하고 때에 맞춰 물을 뿌려줬지만, 해가 거듭할수록 가지는 마르고 이파리는 적게 피는 현상을 반복했다.

급기야 지난해 가지 끝에 파란 새순이 돋을 듯 생장을 멈춘 이후 올해에는 새순이 하나도 돋지 않고 쪼그라든 몸통에 껍질은 벗겨졌다.

지난 4월 대학 식물병원 교수 등이 찾아와 느티나무를 살핀 결과, 사실상 고사라고 판단한 바 있다.

서구는 그동안 느티나무에서 진행하던 목신제는 갈마동의 노거수에서 진행하기로 하고, 베어낸 느티나무는 목재문화체험장에서 보존될 수 있도록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아랫둔지미에 살았던 윤홍기(75)씨는 “나무 없는 민둥산이 대부분이었던 당시에도 둔지미 주민들은 바닥에 떨어진 둥구나무 가지를 주어다 가지런히 모아놓을 정도로 중요하게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인세 대전충남생명의숲 사무처장은 “둔산을 지켜온 의미가 있던 나무”라며 “보호수가 한번 병이 들고 약해지면 되살리기 어렵다는 의미로 노거수 보호에 각별히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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