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성일 문화독자부장(부국장) |
-2014.7.4. 나태주 시인의 '꽃들아 안녕' 전문-
오늘따라 꽃들이/예쁘다/내 마음이 예쁘니까/오늘따라 꽃들이/편안하다/내 마음이 편안하니까//밝은 햇빛아래/모처럼 만난 채송화/보랏빛 비비추, 그리고 또/그리고 또.
-2014.7.4.나태주 시인의 '그리고 또' 전문-
지난 7월4일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너도 그렇다'라는 '풀꽃'시로 유명한 나태주 시인을 공주문화원에서 만났다. 공주문화원 원장인 나태주 시인은 지난해 충남대 평화안보대학원 특강때 솔직담백하고 진솔한 강의로 감동을 줬던 주인공이다. 이후 '사랑은 언제나 서툴다'를 비롯한 그 분의 수필과 시들을 자주 접하게 되면서 짧고 명료한 간결함속의 따뜻함과 진한 울림에 깊이 공감하면서 그 분의 시를 좋아하게 됐다.
이날 필자는 제1회 나태주 문학상 제정과 오는 10월 나태주풀꽃문학관 개관과 관련, 인터뷰를 한 뒤 '맛깔'이란 이름의 나 시인님 단골 식당에서 점심을 함께 하게 됐다. 정원 꽃밭 풍경이 아름다운 이 곳에선 색색깔 알록달록한 사랑스런 채송화와 연보랏빛 비비추가 반겨주고 있었다. 앙증맞고 귀엽고 예쁜 꽃들의 환영에 감탄사를 연발하자 나 시인님이 정원 화단 한가운데 놓인 운치 있는 철제 벤치에 앉아 즉석에서 지어주신 시가 바로 위에 소개한 '꽃들아 안녕'과 '그리고 또'등 두 편의 시다.
이 두 편의 시는 나태주 시인의 다음 시집에서 만나보게 될 것이다. 필자와의 재회를 반가워하시며 즉석시를 두편이나 지어주시는 그 정성만 해도 감동인데 점심식사 후 문화원에 돌아오자마자 메모지에 써놨던 위 시 두편을 예쁜 화선지에 정성껏 붓펜으로 다시 써서 꽃그림까지 그려서 낙관을 찍어 주시는게 아닌가.
올해 고희를 맞으신 나 시인님은 이렇게 순수하고 아름다운 마음으로 정성을 다해 독자들을 맞아주신다.
최근에 새로 나온 신간 시화집 '선물'과 고희 기념 문집 '그리운 등불', 신작시집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종려나무의 녹색표지 시화집 '너도 그렇다', 사랑 시집 '사랑, 거짓말' 등 5권의 저서에 일일이 정성껏 그림을 그리고 멋진 시 문구를 넣어 사인을 해서 건네주시는 그 마음이 참으로 고맙고, 감사하고, 따뜻하고, 정겹게 느껴진다.
다정다감하신 나 시인님의 배웅을 받으며 신문사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나 시인님이 건네주신 시디를 듣는다.
김정철 작곡가가 곡을 붙이고 소프라노 이미경씨가 노래한 나태주 시인님의 시 '들길을 걸으며' 를 듣노라니 마음이 새털처럼 가벼워지고 잔잔한 행복감이 밀려오는 듯하다.
나 시인님은 '들길을 걸으며'에서 다음과 같이 아름다운 연시를 들려준다.
'세상에 와 그대를 만난 건 그 얼마나 행운이었나/그대 생각 내게 머물러 나의 세상은 빛나는 세상/어제도 들길을 걸으며 당신 생각했어요/오늘도 들길을 걸으며 당신 생각합니다/어제 내 발에 밟힌 풀잎이 오늘 새롭게 일어나/바람에 떨고 있는 걸 나는 봅니다/나는 봅니다//많고 많은 사람 중에서 오직 그대 그대 한 사람/그대 생각 내게 머물러 나의 세상은 따뜻한 세상/어제도 들길을 걸으며 당신 생각했어요/오늘도 들길을 걸으며 당신 생각합니다/나도 당신 발에 밟히어 새로운 풀잎이면 합니다/당신 앞에 여리게 떨리는 풀잎이면 합니다/풀잎이면 합니다'
칠순을 맞은 할아버지 시인의 감성이 이토록 여리고, 순수하고, 솔직하고 꾸밈이 없으니 얼굴엔 10대 소년과 다름없는 해맑은 동심이 가득하다. 나 시인님의 시 '선물'을 음미하면서 마음을 정화시키고, 순수한 시인의 마음으로 살고 싶은 수요일 이 아침이다.
'하늘 아래 내가 받은/가장 커다란 선물은/오늘입니다//오늘 받은 선물 가운데서도/가장 아름다운 선물은/당신입니다//당신 나지막한 목소리와/웃는 얼굴, 콧노래 한 구절이면/한아름 바다를 안은 듯한 기쁨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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