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씨는 “등급이 높으면 무조건 고기 맛이 좋다고 생각해 먹었는데 기름기가 많아 소화가 잘 안되더라”며 “방송 등을 통해 '마블링'으로 등급을 나눈다는 사실을 알고 등급에 상관없이 기름이 적게 분포된 고기를 찾아 먹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쇠고기 품질등급제를 둘러싼 실효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소비자들의 반응도 냉랭하다.
쇠고기 등급제는 '마블링'(근내지방도)이 중요한 작용을 한다. 하지만 최근 웰빙 열풍 등으로 건강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면서 기존 등급제를 개선하자는 요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와 같은 등급 제도를 써오던 일본의 경우는 최근 올레인산(불포화지방산 일종)에 주목하고 있다. 계란도 상황은 비슷하다.
주부 김모(39)씨는 대형마트에서 가격이 비싸다는 것을 알면서도 '1등급' 계란을 주로 사왔지만 최근에는 저렴한 가격의 계란을 선택하고 있다.
김 씨는 “1등급 인증 마크가 붙어 있으면, 맛이나 위생에서 더 뛰어나다고 생각해 더 비싼 가격을 주고 샀었다”며 “최근 등급제가 제 역할을 못한다는 보도를 보고 가격을 먼저 따지게 됐다”고 말했다.
최근 축산유통종합정보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생산된 계란 141억개 가운데 등급판정을 받은 것은 전체의 6%에 불과하다. 이 가운데 무려 99.9%가 1등급을 받아 등급제에 대한 신뢰가 떨어졌다.
돼지고기도 국내 소비자들의 부위별 선호도가 뚜렷하고 브랜드화가 돼 있어 등급제 정착이 쉽지 않다. 닭과 오리의 사정도 비슷하다.
축산 관련 전문가는 “지금 상황에서는 등급을 받지 않은 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오해를 만들면서 가격왜곡 현상만 부추길 뿐”이라며 “등급판정 신청기준을 현실화하고 심사의 변별력을 높을 수 있는 방안을 찾는 등 품질등급제의 재정비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한편 축산법 제35조 및 같은법 시행규칙 제38조에 따르면 등급판정 품목은 계란, 소, 돼지, 닭, 오리, 닭의 부분육 6가지이고, 이중 소와 돼지에 대해서만 의무판정한다. 나머지 품목에 대해서는 자율적으로 판정하도록 하고 있다.
이상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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