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지침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7년 전 만든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이 있다. 정부가 재정 지원을 하는 연구개발이나 학술지원에 국한되는 것이 한계였다. 대학과 연구기관은 자체 윤리규정을 마련하게 했지만 있더라도 무용지물이었다. 남의 성과를 훔치거나 가로채는 비양심적인 행위를 근절하기에는 규정 자체가 모호했다.
그러다 보니 황우석 사태의 교훈은 그리 오래 가지 못했다. 적발된다 하더라도 솜방망이 규제에 그쳤다. 교육부 조사로는 2008년부터 5년간 35개 대학에서 169건이 적발됐다. 학위논문 연구윤리 위반자 가운데 정치인 관료, 법조인 등 현직 신분 조치는 유야무야됐다. 아무도 책임지지 않고 불이익이 안 가는데 부정이 근절될 수는 없었다.
인용 없이 베끼는 것이 표절이다. 하지만 이걸 식별하려면 동일한 문장이나 표절로 의심되는 문장에 대한 가이드라인부터 명확해야 한다. 어떤 지침을 만들더라도 추상적이라면 위반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 가령 초안 형태로 내놓았던 여섯 단어 이상의 연쇄 표현 일치가 표절이고 그 이하면 표절이 아니라는 식은 명료하지 못하다.
이와 함께 논문 저술 이전 단계부터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는 연구윤리 교육 강화가 필요하다. 표절, 부당 저자표시와 같은 연구윤리가 위반되면 당연히 학위가 취소돼야 한다.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는 연구윤리의식의 부족 또는 부재가 경시되는 풍토가 문제다. 부정 당사자, 학회나 대학, 연구기관이 연대책임을 지게 해야 한다.
학계 의견 수렴과 더불어 연구저술에 대한 윤리성 강화 방안을 만들기 바란다. 조사와 조치는 권장이 아닌 법적 제재 수준이어야 한다고 본다. 해외 학계에서 홀대받는 저질 석ㆍ박사 논문 양산을 방지하기 위해서도 새 가이드라인은 관행 뒤에 숨은 연구부정을 완전히 근절할 수준이어야 할 것이다. 도식적인 잣대로 연구물 도용을 방지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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