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강 세종보 인근 세종보 선착장에서 발견된 축구공 크기의 큰빗이끼벌레와 강바닥에서 채취한 흙. |
충청권 대동맥 금강의 환경 변화가 심상치 않다. 드물게 보이던 외래종 큰빗이끼의 집단 서식지가 금강에서 목격되고, 강바닥에는 고운 모래 대신 끈적한 뻘이 쌓이고 있다.
금강에 실핏줄처럼 연결된 지천의 역식침식까지 진행되고 있어, 이러한 변화가 4대강사업의 결과인지 명확한 조사와 대책마련이 시급해 보였다.
9일 대전·충남 녹색연합과 기자단이 찾은 '부여·공주·세종'의 금강은 물속 수생태계 변화를 하나씩 확인하는 자리였다.
부여 백제보와 공주보가 보이는 금강 6곳에서 퍼올린 강 바닥의 토양은 모래보다 뻘에 가까웠다. 보트를 타고 강 중심으로 나가 저질토 재취기를 통해 금강의 바닥에서 끌어올린 흙은 꺼뭇한 색깔에 진흙처럼 끈적한 상태였다. 물 흐르는 강에서는 손가락 사이로 흘러내리는 모래층이 발견되지만, 이날 찾은 금강의 강바닥 흙은 흘러내리지 않고 약간 비린내까지 나는 상태였다.
특히, 강 중류에서 강물이 흐르는 속도를 측정한 결과 부여보가 보이는 곳에서는 유속 0.02㎧였고, 공주보의 금강에서는 유속이 제로 수준으로 측정됐다.
측정과정을 지켜본 녹색연합 황인철 국장은 “물길을 막는 보가 만들어진 후 금강의 유속은 느려지고 강물이 한 곳에 체류하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바닥에 모래보다 미세한 뻘층이 쌓이는 것으로 보인다”며 “지금 상황에서는 강이 흐른다기보다 물이 정체돼 있는 셈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찾은 세종보 선착장은 강물의 흐름이 느려진 금강의 수생태계 변화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곳이다. 세종보에서 600m 떨어져 힌두리대교 아래의 선착장 시설에는 최근 논란이 된 큰빗이끼벌레가 집단 서식했다.
큰빗이끼벌레는 저수지 같은 고인물에서 녹조 등 조류를 먹고사는 외래종으로 강물의 유속을 파악할 수 있는 지표종으로 꼽힌다. 축구공 크기의 큰빗이끼벌레는 세종보 선착장과 불티교 구조물에 붙어 물속에 잠기듯 서식하고 있었고, 일부 벌레는 누군가가 밖으로 끄집어낸 상태였다.
이밖에 금강 본류에서 1㎞ 떨어진 부여 지천과 호암교에서는 여전히 하천 경사면 흙이 무너져내리는 역행침식이 2년째 진행 중이었다.
양흥모 대전충남녹색연합 사무처장은 “큰빗이끼벌레가 하천을 오염시킨다는 연구보고는 아직 없으나, 유속 느린 곳에서 종종 발견되던 외래종이 갑작스레 늘어난 원인에 문제가 있는 것”이라며 “4대강 사업이 마무리되고 세번째 맞는 여름에 금강은 심각하게 변하고 있어 원인규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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