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학교급식 식단표 '우려먹기' 논란

일부학교 작년 식단 재사용… 같은 식단, 영양소 표시 달라 영양교사들 “식단표도 작성할 시간없어” 업무과중 입모아

충남도 내 일부 학교가 급식 식단표를 바꾸지 않고 매년 재탕해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해 작성한 급식 식단표를 올해 그대로 사용하는 등 매년 같은 식단을 학생들에게 제공한 것.

8일 도교육청에 따르면 학교급식은 학교급식법 영양기준량의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학생들에게 다양한 식단을 제공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이러한 원칙이 법이나 규정으로 정해진 사항은 아니기 때문에 학생들에게 다양한 식단을 제공하도록 강제할 수 없는 실정이다.

이와 관련 계룡 지역 한 초등학교의 지난해 3월 급식 식단표와 올해 3월 급식 식단표를 비교한 결과, 21회의 급식 중 14회가 지난해 식단과 똑같았다.

지난해와 다른 7회의 급식 또한 반찬이나 국, 디저트가 한가지 씩 다른 정도로 지난해 버섯감자찌개가 올해는 어묵무국으로, 식혜가 요구르트로, 과일샐러드가 꽈리고추볶음으로 바뀐 정도다.

4~6월 식단도 마찬가지였다. 지난해 첫 째주에 나왔던 자장밥이 둘 째주로 변경되거나 배추김치가 열무김치로, 검정콩밥이 완두콩밥으로 변경됐을 뿐 지난해와 똑같거나 비슷했다.

아울러 해당 식단의 영양소를 표시한 부분에서 똑같은 식단인데도 지난해는 에너지 645.8, 단백질 18.9, 칼슘 291.8, 철분 4.1로 표시했다가 올해는 각각 665.6, 19.2, 284.1, 4로 다르게 표시하기도 했다.

홍성 지역의 한 초등학교는 문제가 더 심각하다. 지난해와 똑같은 식단을 올해 그대로 사용하는 것도 모자라 지난해 3월 작성한 식단표의 날짜 조차 수정하지 않은 채 학교홈페이지 등에 공개, 영양교사의 자질 논란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영양교사들은 조리원 지도 감독, 서류 정리, 아이들 개인 상태 파악 등의 업무를 혼자 다하고 있으며, 소규모 학교의 경우 한 명의 영양교사가 순회 근무를 하다 보니 본인들의 고유업무인 식단작성을 할 수 없는 상태라고 입을 모았다.

이와함께 지역에 따라 다르지만 홍성같은 경우는 1개월치 식단을 미리 발주하게 돼 있는데, 이 과정에서 바쁘다 보니 지난해 사용한 식단표를 그대로 쓰는 경우도 있다는 설명이다.

또 영양교사들은 3년에 한번씩 바뀌는데 영양교사가 바뀌고 나서 맛이 없어졌다는 평가를 듣기 싫어 전임자가 짜 놓은 식단을 그대로 사용하는 일도 종종 있다고 밝혔다.

한 초등학교 영양교사는 “식단이 지난달과 똑같으면 문제가 되지만 1년 전과 똑같다고 해서 문제가 되느냐”며 “영양기준량에 문제가 없으면 괜찮다. 같은 콩나물 볶음이라도 하얗게 볶거나 빨갛게 볶기 때문에 같은 요리로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학교급식 단가 자체가 고정적이고, 급식지원센터 운영으로 계약재배를 하기 때문에 식단을 구성할 때 단조로울 수가 있다”며 “지난 해 식단을 참고할 수는 있지만 식단이 똑같다는 건 이해할 수 없다. 앞으로 지도 감독을 철저히 하겠다”고 답했다.

내포=정성직 기자 noa79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