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는 지난 겨울 류현진을 메이저리그로 보내며 챙긴 목돈을 아낌없이 풀었다. FA최대어 이용구와 정근우를 비롯해 FA에만 180여 억원을 뿌렸고, 용병 투수도 이적료까지 지불하는 등 역대 프로야구 최고 수준의 투자를 했다.
이 때문에 4강까지는 아니어도 지난해처럼 만년 꼴찌 신세는 아닐 것이라는 기대감이 컸다. 꼴찌를 면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은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 보니 한화는 지난해와 별반 다른 게 없었다. 최근 5연패에 빠진 한화는 프로야구 2014시즌 절반 정도를 지나온 현재 23승 1무 45패로 리그 최하위로 처진 신세다.
테이블세터를 구축해 기동력있는 야구가 예상됐지만, 그다지 눈에 띄지 않았다. 선발진은 붕괴됐고, 불펜은 불안하기만 하다.
올 시즌 꾸준히 지킬 선발진도, 불펜진도 없이 오르락내리락하는 모양새가 반복되고 있다. 최근에는 좌완투수 윤근영이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5월까지 그나마 선전했지만 6월부터 부진을 거듭한 게 이유다.
물론, 올 시즌 전례 없는 '타고투저' 현상이 나타나고 있지만, 한화는 유독 심각하다. 올 시즌 평균자책점이 6점이 넘는다. 올 시즌 프로야구 전체 평균자책점(5.33)에 비해 무려 1점 가까이 많다.
타선이 월등히 좋진 않지만, 그래도 점수를 내주고 있지만, 붕괴된 마운드는 더 많은 점수를 내준다.
그러다보니 한화는 '역전의 명수'가 됐다. '역전승의 명수'가 아니라 '역전패의 명수'가 된 것이다. 역전승한 경기수는 전체 구단 최하위권인 반면, 역전패한 경기는 최상위권이다. 심각한 한화의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설상가상으로 한화 입장에선 천금같은 용병 트레이드로 평가받는 피에가 요즘 심상치 않다. 경기 중 쓰러지는가 하면 지난 2일에는 잠실 LG전에서 슬라이딩을 하다가 오른쪽 발목을 접질리는 부상을 입었다. 뼈에는 이상이 없다고 하지만 타격에 주루, 수비까지 만능 엔터테이너로 활약하는 피에의 경기력에 당분간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다.
간판타자 김태균도 지난 1일 자신의 파울 타구에 무릎을 맞는 부상으로 휴식을 취했다가 이틀 만에 다시 선발 복귀했다. 한화 에이스들의 부상 엇박자까지 겹친 것이다.
2009년 창단 이래 첫 꼴찌를 기록한 독수리군단은 최근 5시즌 동안 4차례나 최하위에 머물렀다. 한 해 두 해도 아니고 수년 째 이런 악몽이 되풀이고 있는 이유로 프로야구계에선 팀 리빌딩 문제를 든다. 매 시즌 승수를 쌓기 위한 임기응변식 운영이 이어졌고, 몇 년 후를 위한 유망주 육성 등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리빌딩의 비전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서산구장을 통해 2군과 유망주 확충의 인프라를 구축했지만, 효과는 아직 미지수다.
한화는 8일부터 3일 간 청주야구장에서 넥센히어로즈와의 3연전을 갖는다. 시즌 중반에 접어든 한화가 올 시즌 사상 최악의 '흑역사'를 쓰지 않기 위해선 넥센을 잡고, '힘겨운 여름나기'를 성공해야 한다.
최두선 기자 cds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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