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같이 맑은 물 위로 '선비의 풍류가'

  • 시민기자
  • 내가 만난 문화재

옥같이 맑은 물 위로 '선비의 풍류가'

동춘당의 암각문과 의연한 정자… 자연을 배려한 조상의 가르침 느껴져

  • 승인 2014-07-02 20:58
  • 신문게재 2014-07-04 10면
  • 윤정원 시민기자윤정원 시민기자
●[내가 만난 문화재]옥류각을 찾아서

▲ 옥류각으로 접어드는 길. 커다란 바위에 '초연물외(超然物外)'라는 힘찬 암각글씨가 발길을 멈추게 한다.
<br />
▲ 옥류각으로 접어드는 길. 커다란 바위에 '초연물외(超然物外)'라는 힘찬 암각글씨가 발길을 멈추게 한다.
내 고장 칠월은 청포도가 익어 가는 시절이라 이육사 시인이 노래했다면 필자에게 내 고장 7월은 옥류각(玉溜閣)에 옥같이 맑은 물이 흐르는 시절이라 읊조리고 싶다.

무더위가 한창인 칠월의 한낮! 계족산 자락에 위치한 옥류각에 올랐다. 대전시 대덕구 송촌동 선비마을 뒷길에서 경부고속도로가 지나는 지하통로를 벗어나면 제일 먼저 비래골의 570여년된 느티나무가 반긴다. 언제라도 넉넉한 그늘 한자리를 내어줄 듯한 의연한 자태가 눈에 들어온다.

주변 그늘 아래서는 직접 기른 갖가지 푸성귀를 들고 나와 팔고 있는 아주머니들을 만날 수 있다. 우리네 고향 어머니 같은 모습이다. 옆에는 늘어지게 잠을 청하고 있는 큰 개 한 마리까지, 소박한 시골 마당 같은 풍경이다.

이곳을 지나면 요즘 한창인 개망초꽃과 주렁주렁 매달린 탐스러운 고추, 줄기를 맘껏 뻗어가는 고구마도 만날 수 있다.

드디어 산길로 접어든 듯한 느낌도 잠시! 맑은 계곡물소리와 함께 커다란 바위에 '초연물외(超然物外)'란 힘찬 글씨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동춘당 송준길(1606~1672)선생이 직접 썼다는 암각문이다. 세속의 바깥에 있고 인위적인 것을 벗어나 있다는 뜻. 잠시 바로 이곳이 세상 너머의 그곳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암각글씨에서 눈을 돌리면 바로 옥류각이 바라다 보인다. 물이 흐르는 가파른 계곡을 딛고 의연하게 서 있는 정자. 자연 그대로의 바위를 살린 정자. '옥 같이 맑은 물이 흐른다'는 뜻으로 당호를 붙인 옥류각은 송준길 선생이 학문을 연구하던 2층 누각 형태의 건물이다. 정자는 앞면이 계곡 쪽으로 향하기 때문에 옆면으로 출입하도록 하였으며, 이 또한 자연경관을 살리려는 배려라고 보여진다.

어찌 이리 흐르는 계곡 위에 누각을 지을 생각을 하였을까? 보면 볼수록 주인장의 자연을 닮고자 했던 순수한 마음이 느껴지는 듯 하다. 한때는 이곳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참으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겠지만 지금은 계곡을 흐르는 물소리와 산새소리, 짙푸른 녹음과 바위만이 정자와 어우러져 옛 벗들을 그리워하고 있는 듯하다. 계곡물에 발 담그고 동춘 선생의 싯구 하나 읊어보고 싶어진다.

6월 하순이면 찾아온다던 장마가 올해는 유난히 더디기만 하다. 그래도 얼마 후면 또 다시 장마는 시작되고 이곳 계곡에도 시원한 물줄기가 넘칠 것이다. 대청에 앉아 계곡을 흐르는 물소리를 들어도 좋고, 마음을 나눌 수 있는 벗과 함께 시 한 수 읊을 수 있다면 더더욱 좋을 것이다.

윤정원 시민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현장]3층 높이 쓰레기더미 주택 대청소…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2.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3. 차세대 스마트 교통안전 플랫폼 전문기업, '(주)퀀텀게이트' 주목
  4. 전국 아파트 값 하락 전환… 충청권 하락 폭 더 커져
  5. 대전시, 12월부터 배출가스 5등급 차량 운행 제한
  1.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2. 더젠병원, 한빛고 야구부에 100만 원 장학금 전달
  3. 한화이글스, 라이언 와이스 재계약 체결
  4. 유등노인복지관, 후원자.자원봉사자의 날
  5. 생명종합사회복지관, 마을축제 '세대공감 뉴-트로 축제' 개최

헤드라인 뉴스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환이야, 많이 아팠지. 네가 떠나는 금요일, 마침 우리를 만나고서 작별했지. 이별이 헛되지 않게 최선을 다해 노력할게. -환이를 사랑하는 선생님들이" 21일 대전 서구 괴곡동 대전시립 추모공원에 작별의 편지를 읽는 낮은 목소리가 말 없는 무덤을 맴돌았다. 시립묘지 안에 정성스럽게 키운 향나무 아래에 방임과 학대 속에 고통을 겪은 '환이(가명)'는 그렇게 안장됐다. 2022년 11월 친모의 학대로 의식을 잃은 채 구조된 환이는 충남대병원 소아 중환자실에서 24개월을 치료에 응했고, 외롭지 않았다. 간호사와 의사 선생님이 24시간 환..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2일 대전에서 열린 환경부의 금강권역 하천유역 수자원관리계획 공청회가 환경단체와 청양 주민들의 강한 반발 속에 개최 2시간 만에 종료됐다. 환경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대전컨벤션센터(DCC)에서 공청회를 개최했다. 환경단체와 청양 지천댐을 반대하는 시민들은 공청회 개최 전부터 단상에 가까운 앞좌석에 앉아 '꼼수로 신규댐 건설을 획책하는 졸속 공청회 반대한다' 등의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에 경찰은 경찰력을 투입해 공청회와 토론이 진행될 단상 앞을 지켰다. 서해엽 환경부 수자원개발과장 "정상적인 공청회 진행을 위해 정숙해달라"며 마..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