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행정부는 경기침체 등 경제활성화 방안으로 올들어 자치단체의 상반기 예산 조기집행을 추진했다. 대전시와 5개 자치구는 지난달 말까지 목표액 달성을 위해 예산을 집행했다.
지난달 말 기준으로 대전시는 상반기 예산 조기집행 목표액인 1조6907억원보다 많은 1조9757억원(116.9%)을 집행했다.
자치구별로 동구 447억원(목표액 대비 127.4%), 중구 377억9800만원(89.9%), 서구 597억6800만원(129.3%), 유성구 612억원(87.1%), 대덕구 546억100만원(126.1%) 등이다.
상당수 상반기 예산 조기집행 목표를 초과 달성했지만 일부 실적이 부진한 자치구는 불가능한 목표액을 설정했다고 안행부를 비난했다.
시설사업이 대부분인 조기집행 대상 사업은 국토교통부의 심의 등을 거쳐야 한다. 현실적으로 국토부와 협의를 통해 추진해야 하는 사업은 상반기 내 일정이 마무리될 수 없는데도 안행부는 무작정 조기집행을 하라는 식이다.
이에 대해 올 초 시는 물리적으로 조기집행이 어려운 사업에 대해 목표액중 1300억원을 감액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안행부는 5분의1 수준인 240억원만 감액했다.
유성구 역시 수통골 주차장 조성사업과 관련, 국토부의 심의 결과를 받아 이달부터 사업을 착수해야 하지만 안행부는 상반기에 미리 예산을 집행할 것을 지시했다.
조기집행 지시에 따라 지자체가 민간업체에 선급금을 지급하는 데도 문제다. 선급금을 지급하려면 민간업체가 보증단계 등 별도의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중소업체로서는 해당 행정절차를 이행하는 데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한 민간건설업체 대표는 “선급금을 받으려면 나름의 자본금 등을 충족시켜 회사의 재정여건을 정상화해야 하는데 이게 더 어렵다”며 “경제를 살리겠다는 정부의 정책이 오히려 중소업체의 발목을 잡는 격”이라고 꼬집었다.
이 같은 상황에도 안행부는 또다시 지난달 자치단체에 세월호 참사 여파로 위축된 경기를 활성화하겠다며 소모성 경비를 다음 달까지 조기집행하라는 공문을 내렸다. 소모성 경비라지만 예산 집행규모가 극히 적을뿐더러 이미 상당수 자치단체가 상반기 조기집행으로 이미 소진한 상태다.
더구나 안행부는 조기집행 실적에 따라 기관 평가를 단행할 예정이어서 자치단체의 원성을 사고 있다.
자치단체 관계자는 “안행부의 예산 조기집행 정책은 지방행정의 기본도 파악하지 못한 무책임한 대책이자 비현실적인 밀어붙이기식 정책만 펼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경태 기자 biggerthanse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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