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바다 싹쓸이한 '불법 포경선'

충남경찰, 국내최대 포획·유통조직 검거… 10여마리 포항·울산 전문식당 공급 '바다의 로또' 고래 이동 따라 원정 포획

어선 개조한 포경선 2일 충남경찰이 공개한 밍크고래 불법 포획 일당의 포경선. 작살을 던질 때 붙잡고 서 있을 수 있는 지지대(빨간 원)를 어선 앞쪽에 달아놨다. 충남지방경찰청 수사과는 서해에서 밍크고래를 불법으로 잡아 시중에 유통한 혐의(수산업법 위반 등)로 29명을 검거했다.
충남경찰청 제공

고래 중 최고가이자 귀족으로 꼽히는 멸종위기의 밍크고래를 불법 포획·유통한 조직이 서해에서 붙잡혔다.

충남경찰청은 2일 서해안 일대에서 고래를 불법 포획해 식당에 팔아넘긴 강모(59)씨 등 7명을 식품위생법 및 수산업법위반 혐의로 구속하고 이들과 공모한 2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총 29명의 이들 고래잡이 조직은 지난 2월 15일부터 지난달 7일까지 4개월여간 보령과 태안, 전남 영광 등 서해안 일대에서 밍크고래 10여 마리를 포획해 가공, 포항과 울산의 고래고기 전문 식당에 공급한 혐의다.

경찰조사결과 이들은 포항과 울산지역 선후배들로 전국 최대 규모의 고래잡이 조직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보통 10여명이 포경선 2척에 나눠 타 함께 다니며 숨쉬기 위해 잠시 수면으로 올라오는 고래의 등에 3~4개의 작살을 던졌다.

작살에 맞아 30여분을 유영하다 죽은 고래는 선상에서 바로 20kg 정도 크기의 덩어리로 해체됐다. 이때 이들은 머리와 내장은 버리고 고기 덩어리만 나일론망 등에 넣어 부표를 매달아 부패방지와 단속을 피하기 위해 바다에 담가 놨다.

사냥팀이 이 과정까지 마치고 복귀하면 새벽시간에 해상운반팀이 다른 배를 타고 부표의 위치를 찾아가 한적한 항구로 고래고기를 옮기고, 다시 육상운반팀은 1t 트럭을 이용해 포항시 남구 소재 야산의 비밀창고로 운반했다.

창고에서 이들은 냉동장비도 갖추지 않은 채 부위별 분류작업을 거쳐 식당에 판매했다. 이들은 대포폰·통장을 이용하고 이동차량과 거래장소도 수시로 변경하며 경찰의 단속을 피했다.

총책인 강씨는 '서해에도 고래가 산다는 선배들의 말을 듣고 무작정 사냥을 위해 원정왔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창고에서 분류작업 중이던 고래고기 1.5t을 압수, 이를 공매 처분해 5200만원을 국고로 환수했다.

충남경찰청 최철균 수사2계장은 “그동안은 단순히 고래고기가 불법 거래되는 현장을 적발했다면 이번에는 불법포획·유통 조직을 모두 검거해 고래포획을 근절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단속활동을 지속하고 유통 경로를 파악해 불법포획을 뿌리 뽑겠다”고 말했다.

내포=유희성 기자 jdyh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