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아무리 말과 글이 급변하는 세태를 반영하면서 생겨나고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해도 오랜 생활에서 속의 역사 문화적 경험을 통해 생겨난 말과 글의 생명력은 끊임없이 지속되기 마련이다. 트집과 이골이 바로 그런 말과 글 가운데 하나이다. “트집”은 “한 덩이가 되어야 할 물건이나 일이 벌어진 틈” 이나 “말썽을 부리는 말이나 짓”을 의미한다. 조그마한 흠을 가지고 말썽을 부려 괴롭게 하는 것을 “트집 잡는다”고 하고 이러한 트집을 잘 잡는 사람을 “트집쟁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 트집 잡는 일은 바로 갓 일에서 온 말이라고 한다. 갓은 가는 대나무 살과 말꼬리털인 말총과 쇠꼬리 털로 엮어서 만드는데 이 가는 털들이 끊어지거나 가는 대나무 결이 어긋나거나 갈라지면 갓이 꼴을 갖추기가 어렵기 때문에 그 미세한 흠을 잡아서 빨리 고쳐야 했다. 이를 트집이라 했다. 이 트집을 빨리 찾아내서 고치는 일은 트집잡기라 했으며 이 일을 잘 하는 사람을 트집장이라 한데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이골”은 “이익을 쫓거나 어떤 방면에 길이 들어서 그 일에 익숙해지는 것”을 뜻한다. 그런데 이골은 끊임없이 같은 일을 반복하여 이(치아)에 골이 패인 것을 뜻한다고 한다. 바로 여인네들이 길쌈을 하기위해 모시나 삼베 실을 만들 때 대마나 모시풀 껍질을 길게 벗겨서 잘게 갈라 실을 만드는데 앞니를 써서 하기 때문에 오래하게 되면 앞니에 골이 패이게 되어 생겨난 말이라고 한다. 어머니께서 바느질을 하실 때 실이 입안에만 들어가면 칼이나 가위로 잘라도 잘 안되는 것이 딱 하고 끊어져 나올 때마다 신기하던 기억이 새롭다.
정동찬ㆍ국립중앙과학관 과학사연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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