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시장 개방 문제에 대해 전문가들 사이에서 찬반이 엇갈리고 있다.
쌀 관세화 찬성론자들은 관세화를 시행할 경우 관세화 유예 후 의무수입량을 늘리는 것보다 국내 쌀 산업 피해를 줄이는데 유리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반대론자들은 관세화는 충분한 협상을 거친 후 신중하게 결정해야 할 사안이고 관세화 후 고관세율 유지가 불확실하다는데 의견을 모으고 있다.
쌀 관세화 찬반 논란의 핵심은 우리나라가 세계무역기구(WTO)와 협상 과정에서 국내 쌀 시장 보호를 위한 마지노선인 '관세율 400%' 유지 여부가 가능하냐 하는 문제다.
▲관세화 찬성론=송주호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관세화 전환은 2004년의 관세화 유예 연장 협상보다는 부담이 적다”며 “하지만, 현 시점에서 관세화 유예를 연장하는 것보다는 관세화를 진행하는 것이 더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쌀 관세화를 진행할 경우 관세율 400%를 적용하면 수입쌀값이 26만원(80㎏기준) 수준이 될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쌀값이 24만원 선이어서 국내 시장 타격은 크지 않을 것”이라며 “필리핀처럼 웨이버(의무면제)를 신청할 경우 수입제한을 유지할 수 있지만, 의무수입량이 늘어나 한시적 조치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이태호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일본과 대만 사례 등을 보면 쌀 시장을 관세화 하는 것이 관세화 유예 후 의무수입량을 늘리는 것보다 추가 수입량이 적었다”며 “의무수입량을 늘리면 다시 수입량을 줄일 대책이 없지만, 관세화하면 수요촉진, 생산·유통비용 절약 등으로 대응할 여지가 충분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기적으로 쌀수입을 최소화할 수 있는 쌀산업 대책을 세우는 것이 최선의 대책”이라고 강조했다.
▲관세화 신중론=김호 단국대 환경자원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협상 의지도 없이 관세화는 필수적으로 가야 한다며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다는 생각”이라며 “전문가 의견 수렴 등 정부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먼저 쌀 관세화를 시작한 일본과 대만이 관세율을 300%, 400% 올려서 외국쌀 수입량을 줄였다고 하는데, 관세율을 높이는 것이 얼마나 유효한 것인가 생각해 봐야할 부분”이라며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협상 때 고관세화가 무효화 될 수도 있다. 그런 부분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정부가 쌀 산업발전대책을 만들면서 직접보상이나 소득보상 등을 구체적으로 마련한 후 농민을 설득시키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장경호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부소장은 “정부가 400% 정도의 관세율이 가능하다고 보지만, 협상과정에서 200%대로 낮아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면서 “마지막 선택이라 할 수 있는 쌀 관세화로 먼저 결정하는 것은 자충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끝>
내포=박태구 기자 hebala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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