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반의 논점은 고율의 관세 유지로 쏠리고 있다. 쌀 시장 개방은 곧 관세화를 의미한다. 400% 관세를 물리면 외국산 쌀이 국내 시장에서 가격경쟁력을 잃는다는 데 근거한다. 하지만 이에 반대하는 농민단체는 언제까지 높은 관세가 지속될 수 없다고 항변한다. 어쨌든 쌀 시장 개방은 한계에 도달해 뒤로 물러설 없는 카드인 것만은 확실하다.
관세화와 관련해 다른 현실적인 문제도 있다. 미국, 중국 등 자유무역협정,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당사국들이 높은 관세를 묵인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쌀 소비가 꾸준히 줄어드는 데 의무수입물량(MMA)을 추가로 늘리는 것도 쌀산업에는 부담이다. 우리처럼 쌀시장을 개방하지 않은 필리핀은 쌀 부족 국가인 것도 우리와 다르다.
국내 쌀시장 보호를 위한 마지노선을 언제까지 지켜갈 수 없다면 모든 논의는 국내 쌀 생산기반이 무너지지 않는다는 것을 전제해야 한다. 세계무역기구(WTO) 의무 사항인 쌀시장 개방, 즉 관세화의 조건은 쌀 농가 피해 최소화다. 관세율 400% 유지 여부와 함께 정부가 내놓을 쌀산업 발전 종합대책의 중요성은 여기에 있다.
정부는 최소 300~400% 수준의 관세를 장담한다. 400% 관세율 방침을 굳힌다 해도 협상 과정에서 200% 이하로 정해질 가능성도 있다. 이마저 언젠가는 무너지고 외국쌀이 쏟아져 들어올 거라는 우려가 있다. 쇠고기 수입 갈등 못지않은 갈등 요인이 잠재된 현안이 쌀시장 개방이다. 농민에 대한 이해와 설득 과정을 거쳐야 하는 이유다.
시장 개방과 관세화 유예 중 택일할 시점이 임박했다면 정부와 국회가 충분히 협의해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농가 피해를 최소화하고 피해 규모에 따른 후속조치를 준비할 시점이다. 농업인과 국가의 실익 모두 중요하다. 쌀 재해보험 보장의 현실화, 전업농 육성 대책 등도 차질 없이 추진돼야 한다. 이 문제는 민선 6기 농정정책의 으뜸 과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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