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 상경투쟁 예고… 학교장 “조퇴 허가 어쩌나…”

충청권 200여명 서울역 집결… 교사-교육청 눈치보느라 진땀

대전교육청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법외노조 판결에 따른 후속조치에 착수한 가운데 전교조가 예고한 조퇴투쟁(27일)을 둘러싸고 갈등이 격화될 전망이다.

교육부가 불법 집회로 규정하고 징계 방침을 거듭 밝히고 있지만, 전교조 측이 '교사의 기본권리'라며 강행입장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26일 충청권 전교조에 따르면 전국 전교조 조합원은 27일 오후 3시까지 서울역에 집결해 광화문 정부중앙청사까지 도보 행진을 하며 조퇴투쟁을 벌이고 청와대와 정부종합청사를 항의방문 할 예정이다.

충청권에서는 전교조 대전지부 40여 명, 세종·충남지부 100여 명 등 200여 명이 조퇴투쟁에 나설 계획이다. 학교 사정 등으로 청와대 항의방문에 참여하지 못하는 교사들은 세월호 관련 특별법개정 서명운동, 투쟁기금 모금 등 지역에서 따로 모임을 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교육청은 일선 학교에 전교조 조퇴투쟁에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란 방침을 밝히고 조퇴투쟁에 참가하지 않도록 복무관리에 만전을 기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낸 상태다.

교육청은 조퇴투쟁 참가 여부와 관계없이 당일 조퇴를 내거나 복무에 특이사항이 있는 교사 등 현황도 보고토록 했다. 이 같은 공문은 교육부가 법원의 법외노조 판결과 이후 전교조의 총력투쟁에 엄정 대처하도록 요구한 데 따른 것이다. 여기에 교육부 지시대로 조퇴 교사에 대한 징계조치가 진행될 경우 조퇴 결정을 놓고 학교 현장의 혼란이 우려된다.

교사의 조퇴 허가는 학교장의 권한이지만, 교육부가 전교조의 조퇴투쟁을 불법으로 간주해 불허 방침을 정해졌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학교장들만 전교조 교사들과 교육청 눈치를 보느라 곤혹스러운 입장에 빠져 있다.

A고 교장은 “상급기관인 교육청에서 지시하는 것이기 때문에 따라야 한다”며 “조퇴를 제출하는 교사들에게 대화를 통해 설득시키려고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교장은 “교육청에서 전체적인 방향을 잡고 공문을 내려 보냈지만, 조퇴 허가 권한은 학교장 권한”이라며 “학교 내 교사들과 인간관계도 있고 맘이 편하지 않다. 정책적인 차원에서 개개인이 주장하는 것을 조퇴투쟁으로 표출한다는 것인데 이를 막을 수도 없고 곤란하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더욱이 전교조가 이번 조퇴 투쟁을 시작으로 다음달 2일 '2차 교사 시국선언'과 12일 '전국 교사대회'를 잇따라 진행할 예정이어서 징계를 둘러싼 갈등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박수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