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기자의 책장]정도전, 그가 꿈꾸던 나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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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기자의 책장]정도전, 그가 꿈꾸던 나라는?

썩은 왕조 타파, 새 국가건설 총력… 죽음으로 '미완의 꿈'

  • 승인 2014-06-26 13:18
  • 신문게재 2014-06-27 10면
  • 홍경석 시민기자홍경석 시민기자
초한지(楚漢志)는 중국의 진(秦)나라 말기 초나라 항우와 한나라 유방의 기나긴 대립을 묘사하는 역사소설이다. 여기서 유방의 일등공신인 장량(張良)이 등장한다. 흔히 장자방(張子房)으로 불리었던 그는 선견지명이 있던 책사로서 후일 항우와 유방이 만난 '홍문의 회=중국 진나라 말기에 항우와 유방이 셴양(咸陽) 쟁탈을 둘러싸고 홍문에서 회동한 일)'에서 유방의 위기를 구하였기로도 유명하다.

그 후 항우를 격퇴한 후 유방은 분열되었던 중국을 다시 통일한다. 그러나 유방이 황제가 된 뒤 한신을 비롯하여 영포와 팽월 등 자신을 도와 통일에 앞장섰던 일등공신들을 숙청하여 죽이는 데 환멸을 느낀 그는 스스로 잠적하여 위기를 모면하는 또 다른 '지혜'까지를 겸비한 인물이었다.

종착역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주말드라마 <정도전>의 원본인 책 '정도전'(이재운 지음, 책이있는마을)을 최근 비로소 완독했다. 주지하듯 정도전(鄭道傳)은 고려에서 조선으로 교체되는 격동의 시기에 역사의 중심에서 새 왕조를 설계한 인물이었다. 그는 이성계라는 걸출한 인물을 골라 스스로를 '장자방'으로 자처한다, 그리곤 썩어빠진 고려를 타파하고 조선이라는 새로운 국가를 건설하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그는 태조 이성계의 아들 이방원(후일 태종)에게 주살당하는 비극의 주인공이 된다.

그렇다면 왜 정도전은 유방에 의한 한신 등 일등공신들에 가한 경우처럼의 이른바 토사구팽(兎死狗烹)이 아닌 '고작' 이성계의 아들에게서 죽임을 당한 걸까? 드라마를 봐도 드러나지만 이방원은 이성계를 도와 조선을 세운 정도전에 버금가는 실질적 주체였다. 그러나 이성계는 그를 무시하고 왕권마저 물려주지 않는다.

이에 호시탐탐 반감을 품던 이방원은 급기야 이성계의 위세를 업고 더욱 안하무인(그가 보기론)하는 정도전을 죽인다. 이 책은 정도전의 아들인 정진(鄭津)이 자신의 아들에게 자신의 아버지의 무용담을 들려주는 형태로 기술(記述)되었다.

우리는 쉬 정도전의 정적이기도 했던 정몽주와 이방원의 관계를 단심가(丹心歌)와 하여가(何如歌)로 구분 짓는다. 그러나 저자(이재운 저/책이 있는 마을 간)는 당시 쉰여섯의 정몽주와 불과 스물여섯의 이방원이 마주 앉아 시조를 주고받을 처지가 아니었으며 그 어떤 사료에도 이 대목은 나와 있지 않은 허구라고 못 박는다.

아울러 정도전의 죽음은 이방원에 의해서라기보다는 중국 명나라의 제1대 황제였던 주원장(朱元璋)의 사주에서 기인했다고 밝힌다. 즉 정도전의 요동 정벌 의지를 두려워했던 나머지 그리했다는 것이다. 여하튼 이 책의 주인공 정진은 67세에 죽었는데 그의 부고를 받은 세종은 3일 동안 조회를 철폐하고 부의(賻儀)와 치제(致祭)까지를 내리는 파격을 아끼지 않았다.

홍경석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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