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은경 |
얼마 전 인기리에 종영된 '밀회'라는 드라마에서 스승은 제자의 재능을 발견하고 이런 말을 한다.
드라마는 퀵배달을 하며 생활에 전전하는 이선재(유아인 분)가 예술재단 오혜원(김희애 분)의 눈에 띄면서 피아니스트로 성장하는 이야기다. 기억에 남는 장면이 많았지만 개인적으로 제자의 재능을 발견하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어릴 때 이사 온 집에 버려진 피아노를 갖고, 개인교습소에 몇 달 다녔던 것이 다였던 제자의 뛰어난 연주를 보고 스승은 감동한다.
중국 춘추전국시대에 손양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사람들은 이 사람이 말(馬)을 잘 감정한다고 백락이라고 불렀다.(백락 伯: 하늘의 천마를 주관하는 별자리) 그가 하루는 길을 가다 소금 수레를 끌고 가는 말을 만났다. 천하를 누벼도 시원치 않을 천리마(千里馬)가 일개 수레를 끌고 가는 것을 보고 그가 다가가 자기 옷을 벗어 말의 등에 덮어주자 말은 머리를 들고 소리내어 울었다한다. 자기를 알아주는 사람을 만났기 때문이다.
'밀회'를 보면서 '백락일고(伯一顧)'의 이야기까지 떠오른 것은 요즘 나에 대한 성찰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아이 셋을 키우며 정신없이 하루하루를 살아왔는데, 여자 나이 마흔을 눈앞에 둔 때문인지, 예전보다 나를 돌아보는 시간이 잦아지고 있다. 그런 나에게 드라마는 신선한 자극이 되었다. '나에게 숨겨진 능력이 무엇이 있을까, 혹시 나도 모르는 잠재력이 있지 않을까?'라는, 그런 생각을 하다보면 스승 백락을 만나고 싶은 생각까지 하게 된다. 하지만 내가 천리마가 아닌데 어떻게 백락의 눈에 띄겠는가!
하지만 범인(凡人)의 삶이라도 하루하루 성실하게 살다보면 적어도 내 자신에게 인정받는 삶은 살지 않을까 싶다. 어쩌면 내가 가치 있게 여기는 나의 삶이 가장 중요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바빴지만 오늘 아침 계획했던 일을 마무리한 내가 기특하고, 내일의 일을 계획하고 있는 모습이 자랑스럽다. '밀회'의 이선재가 아니어도 좋고, 백락의 눈에 띈 천리마가 아니면 어떠랴.
작은 일이라도 열심히 채워나가는 스스로가 좋고 그런 태도에서 이어지는 일상이 행복한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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