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시장 개방 문제는 쌀 산업의 중요성과 농촌경제에 미치는 파장이 크기 때문에 신중한 결정이 필요하다. 따라서 외국사례를 자세히 살펴보고 우리나라의 쌀 관세화 정책에 적극 반영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일본과 대만은 우리보다 먼저 쌀 관세화를 시작해 의무수입물량을 줄였으나, 쌀의 관세를 종량세로 설정해 국제 쌀값에 따른 실질관세율 변동의 허점을 드러냈다. 필리핀의 경우 관세화 유예 추가연장에 성공했지만, 의무수입량 대폭 증가라는 부담을 떠안게 됐다.
▲관세화로 돌아선 일본과 대만=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우선 일본의 경우 1994년 우루과이라운드 협상 타결 이후 쌀에 대해 선진국으로서의 지위를 인정받아 1995년부터 2000년까지 6년간 관세화를 유예했으나, 유예기간이 종료되기 2년 전인 1999년 관세화로 전환했다.
일본은 쌀의 관세화를 유예하는 대가로 의무수입물량을 설정해 유예기간 동안 늘리게 됐다. 하지만, 예정보다 일찍 관세화로 전환함에 따라 관세화 유예의 대가인 의무수입물량 증가 폭을 줄이는 혜택을 받았다.
그 결과 일본은 1995년 연간 37만9000t에서 2000년 75만8000t으로 의무수입량을 늘리야 했던 것을 관세화 전환에 따라 68만2200t으로 쌀수입량을 수정했다.
일본은 쌀의 관세를 종량세(341엔/㎏)로 설정했고 이는 현재까지도 유지되고 있다. 가격 기준으로 환산하면 거의 1000%에 해당하는 관세지만, 15년간 국제 쌀값이 3배 정도 상승하면서 현재 가격기준으로의 관세는 280% 수준으로 떨어졌다. 종량세는 국제 쌀값에 따라 실질 관세율이 변하는 허점이 있는 것이다.
일본의 쌀 의무수입물량 외에 관세를 납부하고 수입하는 물량은 연간 500t 미만이다.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대만은 그후 1년간 쌀에 대해 특별대우를 인정받았으며, 그 다음해인 2003년 관세화로 전환했다.
대만은 쌀의 관세화를 1년 유예하는 대가로 의무수입물량을 14만4000t으로 설정했지만, 관세화 전환으로 의무수입물량은 더이상 늘지 않았다. 대만도 일본과 같이 쌀의 관세를 종량세(45NT$/㎏)로 설정해 현재까지 유지 중이며, 관세를 내고 수입하는 연간 물량은 500t 미만이다.
▲관세화 유예 유지 중인 필리핀=필리핀은 1994년 쌀에 대해 개도국 지위를 인정받아 1995년부터 2005년까지 10년간 관세화를 유예하고 의무수입물량을 늘려왔다. 그리고 다시 협상을 통해 7년간(2005~2012년) 관세화 유예를 연장했다.
관세화 유예에 따른 쌀 의무수입물량은 1995년 5만9730t에서 2012년 35만t으로 17년 사이 7배가량 증가했다.
필리핀은 관세화 유예를 세번째 연장하기 위해 협상을 벌여오다 최근 쌀 관세화 의무를 2017년 6월까지 5년간 한시적으로 면제하는 안건을 승인받았다. 필리핀은 관세화 유예를 추가연장하는 대신 쌀 의무수입량을 현재 35만t에서 80만5000t으로 2.3배 늘려야 한다. 또 쌀의 관세율은 현재 40%에서 35%로 낮추고 희망하는 모든 국가에 국별쿼터를 제공한다.
특히 이번에 5년간 한시적인 의무면제(웨이버)에 대한 대가로 늘어난 쌀 의무수입물량 등 양허 사항은 의무면제 기간 동안만 적용된다.
내포=박태구 기자 hebala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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