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켠에서는 물기를 싫어한다는 토끼가 붉은 눈을 커다랗게 뜨고 연신 커다랗고 긴 귀를 두발로 쓸어내리곤 한다. 어미닭들은 닭장 안에서 두 눈을 껌벅거리며 굵은 빗줄기를 감상하고 있다. 닭과 달걀은 살림 밑천이었기 때문에 집집마다 닭을 기르는 닭장이 있었다.
닭장은 집안 한 구석에 있는 헛간이나 나지막한 처마 밑에 마련되어 있었다. 닭은 소나 돼지와 달리 어느 정도 높은 곳을 날아올라 밖으로 나올 수 있었기 때문에 그물이나 철망으로 에워싸거나 가는 새끼줄을 그물처럼 엮어서 닭장을 만들곤 하였다.
처마 밑의 닭장 안에는 서까래가 길게 나 있어서 서까래 양쪽에 장대를 매달아 긴 새끼줄을 닭이 오르내릴 수 있는 횃대를 만들어 걸기도 하고 짚으로 지붕을 이을 때 맨 꼭대기에 올리는 용고새처럼 엮어서 닭 둥우리를 만들어 걸어 놓았었다.
닭 둥우리는 주로 암탉들이 알을 낳거나 병아리를 깨기 위해 알을 품는 곳이었다. 이 닭 둥우리에는 항상 달걀 하나가 놓여 있었다. 이것을 밑 알이라고 하는데, 암탉은 이 밑알을 보고 이곳이 장차 자기 새끼를 까기 위한 알들을 모아두는 곳으로 알고 매일매일 알을 낳곤 하였다.
그러면 밑알 하나만 남겨두고 다른 알들은 꺼내 모아 살림 밑천으로 삼았다. 암탉이 어느 정도 알들을 낳고 나서 알을 품으려고 하면 닭둥우리나 아니면 땅바닥이나 다른 둥우리를 만들어 닭이 알을 품어 병아리를 깔 수 있도록 하였다. 둥우리에서 깨어난 삐약거리는 노랑 병아리는 그렇게 예쁘고 신기할 수가 없었다.
닭장 안에 가끔 족제비가 들어와 닭이나 병아리를 해치는 경우가 있어서 긴장을 하곤 하였다. 때로는 닭장 안의 닭들이 우르르 몰려나와 이웃의 곡물이나 밭 작물의 새싹들을 망쳐놓는 경우나 이웃집 개가 닭을 해치는 경우도 있어서 가끔은 이웃 간에 다툼이 일기도 하였다.
정동찬·국립중앙과학관 과학사연구팀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