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화해위원회가 활동을 종료한 후 대전 지자체 중 희생자를 추모하고 인권회복에 노력할 조례를 제정한 곳은 없었으며, 유해발굴을 지원하는 등의 노력도 보이지 않고 있다.
당시를 기억하는 이들은 하나둘씩 세상을 등져, 가장 많은 희생이 있었던 대전 골령골이 역사에 남을 수 있을지조차 우려되고 있다.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집단희생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던 진실화해위원회가 2010년 말 활동을 종료하며, 64년전 대전 골령골의 학살사건에 대한 진상규명도 완전히 정지됐다.
다행히 진실화해위가 당시 35구의 유해를 발굴해 매몰 사실을 확인했고, 희생자 267명과 희생 추정자 18명의 신원을 확인해 이들 유가족이 국가로부터 배상을 받는 물꼬를 텄다.
그러나 진실화해위가 해체되고 과거사연구재단이 설립되지 않아, 더 많은 유가족이 희생자 유족으로 확인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경남 진주의 민간인 희생자 유해발굴을 지휘한 충북대 박선주 명예교수는 “골령골에서 희생된 양민이 수천명에 달할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를 규명하려면 반드시 발굴이 이뤄져야할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또 대전시와 동구의 무관심으로 단일 지역 가장 많은 희생자로 추정되는 골령골에 대한 추모비조차 없는 실정이다.
서산시가 '6·25 민간인 희생자 위령사업 지원조례'를 통해 한국전쟁 당시 민간인 희생자를 추모하고 평화와 인권회복 위령사업을 벌이며, 이같은 조례는 전북 순창군, 전남 화순군, 경남 함양군 등 8개 지자체에서 운영하고 있다.
대전시와 동구는 이와 관련 조례를 제정하지 않았으며, 위령제 행사비 지원 외에 현장을 조사하거나 자료수집 등에 역할이 없다.
충남도가 공주시 상황동 유해 미발굴지역에 예산을 지원해 민간인 유해 61구를 발굴했으나, 대전에서는 이같은 노력도 없었다.
또 제주 4·3사건은 특별법이 제정돼 국가추념일로 지정되고 추모공원도 만들어졌으나, 정작 4·3사건 상당수가 끌려와 불법 처형되고 매장된 골령골은 여전히 수풀만 우거진 실정이다.
배재대 이규봉 교수는 “골령골 민간인 학살사건도 대전형무소에 수감된 이들이 대전에서 희생된 사건으로 기록을 남기고 발굴을 벌이는데 지자체도 책임감 있게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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