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할 만한 판결]“전문 법률지식 필요없는 중개행위는 변호사 독점영역 아니다”

  • 사회/교육
  • 법원/검찰

[주목할 만한 판결]“전문 법률지식 필요없는 중개행위는 변호사 독점영역 아니다”

주식 양도·양수계약 알선한 60대 행정사 겸 공인중개사 무죄

  • 승인 2014-06-17 17:56
  • 신문게재 2014-06-18 5면
  • 윤희진 기자윤희진 기자
전문적인 법률지식이 필요하지 않은 중개행위는 변호사의 고유 업무영역이 아니라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일반적인 거래에 대한 중개까지 변호사에게만 허용한다면 변호사가 아닌 사람은 모두 처벌받게 되는데, 이는 불합리하다는 것이다.

대전지법 형사4단독(판사 최누림)은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공인중개사 겸 행정사 이모(60)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고 17일 밝혔다.

이씨는 A씨로부터 2011년 젓갈 등을 가공할 수 있는 공장을 보유한 법인을 물색해 양도·양수를 성사시켜 달라는 제의를 받았다. 대가로 1500만원을 받기로 했다. 이에 이씨는 모 회사 사무실에서 주주들과 주식 양도양수 계약서 등 법률관계 문서들을 작성해 거래가액, 계약 교섭·체결, 계약 이행과 관련한 이견 조율을 하면서 실질적인 중재행위를 하고 대가로 7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변호사가 아니면서 돈을 받고 법률사무를 취급했다는 게 검찰 공소사실의 요지다. 최누림 판사도 계약 과정에서 이씨가 쌍방의 의사를 조율하는 역할을 했다는 점과 부동산을 제외한 중개행위는 행정사와 공인중개사의 업무영역을 벗어났다는 점을 인정했다.

그러나 행정사와 공인중개사의 업무 범위가 아닌 계약의 중개행위를 변호사만이 할 수 있는지는 또 다른 측면의 쟁점이었다. 즉, 이씨의 행위가 법률사무에 해당하는지가 유·무죄 판단의 핵심이었다. 최 판사의 결론은 법률사무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씨의 행위는 주식 양도·양수계약 체결을 알선한 것으로, 이는 전문적인 법률지식이 없어도 할 수 있다고 봤다. 다시 말해, 변호사의 직무와 일부 관련 있는 행위지만, 단순한 알선이나 중개가 변호사법상 '일반 법률사무'에 포함된다고 보기 어렵다는 얘기다.

최 판사는 “법률사무는 법률사건에 관한 모든 사무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법률상의 전문지식에 기해 제공되는 법적 서비스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며 “이씨의 행위가 공인중개사와 행정사의 업무에 속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변호사만 할 수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중개자격을 법률로 정한 부동산 등을 제외한 일반적인 재화와 용역의 거래에 대한 중개행위를 변호사만이 할 수 있다면 변호사의 업무영역을 무한히 확대시킬 뿐 아니라 변호사가 아닌 사람은 모두 처벌대상이 되는 불합리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윤희진 기자 heejiny@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현장]3층 높이 쓰레기더미 주택 대청소…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2.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3. 차세대 스마트 교통안전 플랫폼 전문기업, '(주)퀀텀게이트' 주목
  4. 전국 아파트 값 하락 전환… 충청권 하락 폭 더 커져
  5. 대전시, 12월부터 배출가스 5등급 차량 운행 제한
  1.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2. 더젠병원, 한빛고 야구부에 100만 원 장학금 전달
  3. 한화이글스, 라이언 와이스 재계약 체결
  4. 유등노인복지관, 후원자.자원봉사자의 날
  5. [화제의 인물]직원들 환갑잔치 해주는 대전아너소사이어티 117호 고윤석 (주)파인네스트 대표

헤드라인 뉴스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환이야, 많이 아팠지. 네가 떠나는 금요일, 마침 우리를 만나고서 작별했지. 이별이 헛되지 않게 최선을 다해 노력할게. -환이를 사랑하는 선생님들이" 21일 대전 서구 괴곡동 대전시립 추모공원에 작별의 편지를 읽는 낮은 목소리가 말 없는 무덤을 맴돌았다. 시립묘지 안에 정성스럽게 키운 향나무 아래에 방임과 학대 속에 고통을 겪은 '환이(가명)'는 그렇게 안장됐다. 2022년 11월 친모의 학대로 의식을 잃은 채 구조된 환이는 충남대병원 소아 중환자실에서 24개월을 치료에 응했고, 외롭지 않았다. 간호사와 의사 선생님이 24시간 환..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2일 대전에서 열린 환경부의 금강권역 하천유역 수자원관리계획 공청회가 환경단체와 청양 주민들의 강한 반발 속에 개최 2시간 만에 종료됐다. 환경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대전컨벤션센터(DCC)에서 공청회를 개최했다. 환경단체와 청양 지천댐을 반대하는 시민들은 공청회 개최 전부터 단상에 가까운 앞좌석에 앉아 '꼼수로 신규댐 건설을 획책하는 졸속 공청회 반대한다' 등의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에 경찰은 경찰력을 투입해 공청회와 토론이 진행될 단상 앞을 지켰다. 서해엽 환경부 수자원개발과장 "정상적인 공청회 진행을 위해 정숙해달라"며 마..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