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지법 형사4단독(판사 최누림)은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공인중개사 겸 행정사 이모(60)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고 17일 밝혔다.
이씨는 A씨로부터 2011년 젓갈 등을 가공할 수 있는 공장을 보유한 법인을 물색해 양도·양수를 성사시켜 달라는 제의를 받았다. 대가로 1500만원을 받기로 했다. 이에 이씨는 모 회사 사무실에서 주주들과 주식 양도양수 계약서 등 법률관계 문서들을 작성해 거래가액, 계약 교섭·체결, 계약 이행과 관련한 이견 조율을 하면서 실질적인 중재행위를 하고 대가로 7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변호사가 아니면서 돈을 받고 법률사무를 취급했다는 게 검찰 공소사실의 요지다. 최누림 판사도 계약 과정에서 이씨가 쌍방의 의사를 조율하는 역할을 했다는 점과 부동산을 제외한 중개행위는 행정사와 공인중개사의 업무영역을 벗어났다는 점을 인정했다.
그러나 행정사와 공인중개사의 업무 범위가 아닌 계약의 중개행위를 변호사만이 할 수 있는지는 또 다른 측면의 쟁점이었다. 즉, 이씨의 행위가 법률사무에 해당하는지가 유·무죄 판단의 핵심이었다. 최 판사의 결론은 법률사무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씨의 행위는 주식 양도·양수계약 체결을 알선한 것으로, 이는 전문적인 법률지식이 없어도 할 수 있다고 봤다. 다시 말해, 변호사의 직무와 일부 관련 있는 행위지만, 단순한 알선이나 중개가 변호사법상 '일반 법률사무'에 포함된다고 보기 어렵다는 얘기다.
최 판사는 “법률사무는 법률사건에 관한 모든 사무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법률상의 전문지식에 기해 제공되는 법적 서비스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며 “이씨의 행위가 공인중개사와 행정사의 업무에 속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변호사만 할 수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중개자격을 법률로 정한 부동산 등을 제외한 일반적인 재화와 용역의 거래에 대한 중개행위를 변호사만이 할 수 있다면 변호사의 업무영역을 무한히 확대시킬 뿐 아니라 변호사가 아닌 사람은 모두 처벌대상이 되는 불합리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윤희진 기자 heeji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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