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은행장 또 징계… 입지까지 흔들

금감원, KT ENS 부실대출 관련 내달 추가제재… 내부통제 타격입을 듯

▲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이 내달 제재심의위원회를 열어 하나은행 종합 검사와 KT ENS 관련 부실 대출 및 불완전판매에 대해 제재를 하게 된다.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 청진동 하나은행 본점 모습.
연합뉴스

김종준 하나은행장이 내달 추가 제재를 받을 것으로 알려지면서 입지가 더욱 좁아질 전망이다. 김 행장은 이미 지난 4월 문책 경고를 받아 퇴진 압력에 시달리고 있어, 추가 징계를 받을 경우 자리보전이 힘들다는게 주변의 전언이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내달 제재심의위원회를 열고 하나은행 종합검사와 함께 KT ENS 관련 부실 대출 및 불완전판매에 대해 제재수위를 결정한다. 김종준 행장은 최고경영자의 책임까지 물을만한 내용은 없지만, KT ENS 관련 건은 책임 소지가 있는 정황이 발견돼 적어도 주의적 경고 등 경징계가 예상된다.

하나은행은 KT의 소규모 자회사인 KT ENS의 협력업체에 1600억원이 넘는 돈을 빌려 줬다가 사기를 당한 바 있다. 이런 거액을 정확한 확인 절차 없이 거액을 빌려준 데 대해 경영진도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으로 알려졌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 4월 17일 제재심의위원회에서 김 행장이 당시 사장으로 재직하던 하나캐피탈의 저축은행 부당 지원과 관련해 문책경고 상당의 중징계를 내린 바 있다. 금융사 임원에 대한 징계는 주의, 주의적 경고, 문책경고, 직무정지, 해임권고 등 5단계로 나뉜다.

문책경고 이상의 중징계를 받은 임원은 향우 3~5년간 금융권 재취업이 제한된다. 금융당국은 김 행장의 제재 내역을 조기 공개해 중징계에 따른 자진 사퇴를 우회적으로 압박했지만, 김 행장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내달 KT ENS 건으로 또다시 징계를 받으면 최고경영자로서 내부 통제에 적잖은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

금융권 관계자는 “경ㆍ중징계를 떠나 최고경영자가 금융당국으로부터 제재를 연속으로 받는 것은 조직을 이끄는 수장으로서 부담될 수 밖에 없다”며 “내달 추가 제재에 김 행장이 어떤 행보를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고 말했다. 금융소비자원 한 관계자는 “상급 기관이 징계를 내렸다면, 물증과 근거를 확보해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여진다. 이를 불복하는 것은 하극상과 마찬가지”라며“김 행장이 징계에 대해 수용하지 않고 자리를 고수하고 있는 만큼, 소명을 통해 이를 해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입장을 전했다.

박병주 기자 can79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