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과 충북에는 자사고가 없다. 자사고 존폐 여부가 수면위로 떠오른 것은 6ㆍ4 지방선거 이전인 지난달 말 진보단일교육감 후보들이 공동공약으로 자사고 폐지를 내걸었기 때문이다. 일반고보다 수업료가 3배가량 비싼 자사고가 서열화 교육을 고착화시키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런 가운데 올해 첫 실시되는 자사고 재지정 평가 시기가 새 교육감 취임 시기와 맞물리면서 자사고 존폐 여부가 더욱 관심을 끌고 있다. 자사고는 관련법에 따라 5년마다 평가를 통해 재지정 여부를 결정하게 돼 있다.
2010년 자사고로 지정된 북일고는 올해 평가를 받는다. 충남교육청은 이 학교가 자사고 지정 취지에 맞는 학사운영을 하고 있는지, 재정상황 등에 대해 평가를 진행 중이다. 평가 결과 '우수', '보통', '미흡' 등 세 등급 가운데 '미흡' 평가를 받으면 자사고 지정이 취소된다.
'보통' 이상이면 재지정이 가능하다. 문제는 초중등교육법에 따라 자사고 재지정 및 취소 권한이 사실상 시ㆍ도교육감에 있다는 것이다. 교육부와 협의를 거쳐야 하기는 하지만, 교육감 의중에 따라 충분히 좌지우지될 수 있다.
충남 김지철 당선자를 포함해 전국 진보교육감들이 자사고 폐지를 공동 공약으로 내건 상황에서 충남 자사고 재지정 여부가 어떻게 갈래가 타질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북일고 관계자는 “18일 실사단이 학교에 와서 현장 평가를 할 계획으로 평가 준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며 “그동안의 성과가 우수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진보교육감들의 공동공약이 걱정스럽기는 하다”고 말했다.
충남교육청 관계자는 “김지철 당선자가 자사고 재지정과 관련해 어떠한 지침을 내려준 적이 없어 어떻게 일이 처리될지는 미지수다”고 말을 아꼈다.
대전 지역 자사고의 경우 보수 성향 교육감이 당선돼 걱정이 덜하기는 하지만, 심기가 편하지만은 않다. 정권 또는 교육감이 바뀔 때마다 오락가락하는 교육정책이 학교 현장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대전 지역 자사고 가운데에는 올해 재지정 평가가 없으며 내년 대성고와 서대전여고가 이를 받는다. 한편, 서울에서는 자사고 존폐 문제가 완전히 수면 위로 떠올랐다.
자사고 재지정 평가시기가 진보 성향의 조희연 당선자 취임 이후로 연기되면서 새 교육감 의중에 따라 자사고 운명이 갈리는 것이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강제일 기자 kangje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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