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대전은 아직 선거 후유증을 앓고 있다. 앞으로도 당분간 이 후유증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체육계는 이번 선거 후유증을 많이 앓아야 할 처지다. 이름만 대면 알만한 대전체육계의 한 인사는 선거를 앞두고 모 후보 캠프에서 직책까지 맡아 노골적으로 선거운동에 나섰고, 캠프에 이름만 올리지 않았을 뿐이지 앞장서 선거운동을 한 체육계 인사들도 다수다.
체육계가 편을 갈라 선거운동 한복판에서 이전투구하는 모양새가 빚어진 것이다. 이런 현상은 선거 때마다, 특히 지방선거 때마다 반복되고 있다.
왜 그럴까? 표면적으로 체육계는 어떤 정치적 이해관계도 개입되지 않을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정권에 따라 가장 많은 정치적 이해관계에 휩쓸리는 게 사실 체육계다.
당장 대전의 3개 체육회 사무처장 자리는 선거 승리에 기여한 체육계 인사나 체육계와 관련 있는 인사들을 앉히기에 좋다. 이 때문에 사무처장 자리를 노리는 체육계 인사들이 여기저기서 선거운동에 나서기도 한다. 정치적 이해관계가 직접적으로 맞물린 사무처장인 만큼 그 뒤에서 무언가를 바라는 체육계 인사들도 나오게 된다.
결국 사무처장이 어떤 성향의 인사냐에 따라 지역 각 분야 체육계의 방향이나 분위기가 달라진다는 점에서 체육계는 민감할 수 밖에 없다. 체육은 또 시장의 관심 정도에 따라 관련 예산이 고무줄처럼 늘거나 줄 수 있는 소지가 많다 보니 체육계가 정치를 멀리 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가맹단체 임원 등이 선거운동에 나서게 되면 해당 가맹단체 소속 인사들은 물론, 현장의 지도자와 선수들까지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연출될 수밖에 없다. 이런 체육계의 이합집산은 선거가 끝난 뒤에도 여전히 앙금으로 남아 있다. 이긴 이들도, 진 이들도 서로 서먹하고, 서로에게 감정이 남아 있다 보니 당분간은 서로를 기피하려고 한다. 지역 체육계가 정치와 담을 쌓고 지낼 수는 없다. 하지만, 선거로 빚어진 앙금이 오래갈 수록 지역 체육은 제자리걸음만 할 수밖에 없다.
이제 선거 후유증을 털어내고 새로운 대전시정에 체육 발전을 위한 여러 정책들이 녹아들 수 있도록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아야 한다.
대전 한 가맹단체 임원은 “선거 때마다 줄서기 때문에 홍역을 치르고, 끝나고 나서도 한참을 우왕좌왕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며 “이제 선거는 끝났다. 더이상 소모적 후유증에 시달리지 말고, 체육계의 중지를 모아 대전시정에 관철시키기 위한 준비를 해야 한다”고 했다.
최두선·교육체육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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