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란 대단히 예민한 운동이다. 상황에 따라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어떤 선수는 정신적 부담 때문에 시합을 포기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또는 주변 환경과 동반자, 그리고 갤러리들의 매너가 선수들에게 미치는 영향도 의외로 많다.
그러나 선수들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경기를 진행하는 경기위원들의 판정능력과 방법이다.
2012년도 투어에 참가할 수 있는 시드권 대회가 군산CC에서 개최되고 있었다. 당일 선발전에서 합격하게 되면 최종 결승전에 진출하게 되는 아주 중요한 대회였다. 그 날의 합격 커트라인 점수는 4언더파가 거의 확정 시 되는 순간이었다. 그런데 경기위원의 뜻하지 않은 실수로 선수에게 치명적인 불이익을 주게 되는 사건이 발생하였던 것이다.
상황은 이러했다.
선수 한 사람의 볼이 18홀 그린 주변의 워터 해저드 안에 놓여있었는데, 그 볼은 우연히 해저드 안에 서 있는 위험 안내판 아래에 놓여 있었고 그 안내 표지판이 스윙에 방해가 되는 상황이었다. 따라서 선수는 주변에 있었던 경기위원에게 재정을 구하였으며, 경기위원은 상황을 살핀 후 구제받을 수 없다고 하였다. 따라서 선수는 재심을 요청했고, 심지어는 다른 경기위원에게 규칙의 적용이 틀리지 않았는지에 대하여 확인 해줄 것 까지 부탁하였으나 그 경기위원은 끝내 선수의 부탁을 외면하고 최종적으로 구제 받을 수 없다는 재정을 내리고 말았다. 그러나 규칙 24-1(움직일 수 있는 장해물)에 의하면 코스 어디에서나 볼이 움직일 수 있는 장해물에 방해를 받을 경우 그 장해물을 제거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불행히도 경기위원은 규칙 적용의 판단 착오를 일으켰고 선수는 커다란 불이익을 받게 된 상황이 되고 말았다.
당시 선수의 스코어는 5언더파로 1타의 여유가 있는 상황이었다. 마지막 홀인 그 홀에서 보기만 해도 시합에 통과할 수 있는 입장이었지만 경기위원의 재정에 따라서 1벌타를 받고 병행 워터해저드 규칙(26-1c)에 의하여 처리하면 다소 불안한 스코어가 되는 순간이었다. 그런데 최악의 상황이 일어나고 말았다. 선수는 그 홀에서 더블 보기를 하였으며 최종 3언더파의 스코어로 탈락하게 되었다. 따라서 이를 알게 된 선수의 부모가 경기위원의 실수에 대하여 강력히 항의를 하게 되는 참으로 난감한 일이 발생하고 만 것이다. 규칙 34-2(심판원의 재정)에 의하면 “현장에서 경기위원이 내린 재정은 최종적인 것이다”라고 되어 있다. 따라서 선수가 다음 샷을 하기 전 까지 경기위원이 스스로 번복하지 않는 한 그 재정은 비록 잘못된 재정일지라도 유효한 것이다.
경기위원회는 여러 가지 경우의 판례들을 비교하여 선수에게 불이익이 돌아가지 않도록 검토했으나 규칙상으로는 선수를 구제하여 줄 수 있는 방법이 전무했다. 그러나 이번 사안의 경우 경기위원의 중대한 실수에 의하여 선수에게 미치는 불이익이 너무나 막대하다고 위원회는 판단하게 되었으며, 우선적으로 선수를 보호해야 한다는 다수의 의견을 참작하게 되어 최종적으로 합격자 중 1명을 추가로 선발하여 다른 사람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는 방법으로 결정하게 되었다.
사람의 일인지라 아무리 명석한 경기위원이라 할지라도 실수가 있기 마련이다. 현장에서 갑작스러운 상황이 발생 될 경우 또한 그 상황이 대단히 복잡한 것일 경우 숙달되지 않은 경기위원은 순간 당황하게 되고 언뜻 처리 방법이 떠오르지 않을 때가 있다. 그래서 협회는 매년 특별한 방법으로 경기위원의 판단 능력 향상을 위하여 훈련하고 있으며, 평가 시험도 치르고 있으나 정작 본인의 투철한 직업의식이 따르지 않고서는 그 능력이 향상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규칙의 재정이 그만큼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며 선수들에게 미치는 영향 또한 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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