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유성구 노은 2동 제5투표소가 마련된 반석초등학교에 한 젊은 부부가 투표장을 찾아 유권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이들은 곧 출산을 앞두고 있었지만, 태어날 자녀의 미래를 위해 부모로서 이날 투표소를 찾아 한표를 행사했다. 남편 이모(35)씨는 “우리 아이의 미래를 위해 대전시와 교육을 제대로 이끌어줄 후보자를 선택했다”며 “정당보다는 정책을 우선시했다”고 설명했다.
●육지 속 섬마을 “배타고 왔어요”
6·4 전국동시지방선거를 맞아 옥천군 오지마을 주민들이 이른 아침부터 투푯길에 올랐다.
대청호로 둘러싸여 주요 이동수단인 도선으로 투푯길에 오른 군북면 막지리, 옥천읍 오대리 주민들. '육지 속의 섬'이라고 불리는 군북면 막지리. 총인구 43명에 유권자수는 42명이지만 60대 이상의 고령의 어르신들이 모여 사는 곳이다. 이 곳 어르신 9명은 오전8시20분께 막지리 선착장에서 출발해 오전 8시30분 옥천선거관리위원회에서 준비한 차량으로 군북면 제3투표소 국원리 마을회관에서 선거에 참여했다.
이 마을에 사는 조영희(83·여)씨는 “몸은 힘들지만 우리 지역을 위해 열심히 일해 줄 일꾼을 뽑는데 나도 한표를 보태야지”라며 “배 타고 차 타고 가는 길이 조금은 불편하고 번거롭지만 괜찮아”라고 말했다.
●베트남 새댁 설레는 첫 투표
4일 예산군내 35곳 투표소에서 투표가 순조롭게 진행되는 가운데 베트남에서 예산군으로 시집와 지난해 국적을 취득한 황서연(25·베트남 명 드황완)씨가 소중한 한표를 행사했다 .
2009년 예산군 오가면 좌분 양막로 97-8 홍모씨한테 시집온 황 씨는 지난해 10월21일 대한민국국적을 취득했으며 이날 오후 5시30분 양신초등학교에 마련된 오가 제2투표소를 찾아 투표를 실시했다.
황씨는 첫투표소감에서 “베트남에서 시집온 친구들이 그동안 선거때마다 부러웠는데 한국사람으로 당당히 투표했다는 사실에 매우기쁘다”면서“5년전 시집와서 한국말을 잘 못할때는 시부모님과 남편에게 미안했으나 이제 한국말도 잘하니까 시부모를 비롯한 남편이 잘해줘 다섯살 된 딸과 함께 한국생활이 행복하다”고 말했다.
●출구조사도 충청도스럽게?
지역 투표장의 출구조사에서 충청도스러운 유권자들의 반응이 눈길을 끌었다.
이날 투표장 출구에서는 출구조사 요원들의 출구조사가 진행됐으며, 투표한 사람을 묻는 출구조사 요원의 질문에 노인 유권자들이 “모르겠다”“그런걸 왜 물어보냐”며 대답을 회피했다.
일부 유권자들은 출구조사 요원이 다가오면 황급히 자리를 피하는 등 조사에 협조적이지 않아 조사요원들이 진땀을 빼는 모습이었다. 출구조사 요원 A씨는 “충청도 지역에 출구조사 하기에 어렵다는 이야기는 들었는데 실제로 많은 분들이 대답을 안하시거나 회피하시는 경향이 있어 힘들었다”라며 “드러내놓고 지지자를 말씀하지 못하는 지역 성향을 확실히 느낄수 있었다”고 말했다.
●투표용지 7장 “헷갈려요”
대전시민들은 이번 6·4 지방선거에서 투표용지가 7장이나 되고 1차 및 2차투표까지 이어지자 투표방법이 헷갈린다는 반응이다.
서구 가수원동 투표장을 찾은 한 시민은 선거참관인에게 투표방법을 묻는가 하면, 많은 후보자 가운데 누구를 찍어야 하는지 휴대전화로 통화했다. 정모(여·32)씨는 “집을 나설 때까지 잘 알지 못해 결정하지 못한 후보자도 있었다. 투표용지, 후보자들이 너무 많아 스마트폰으로 검색해보고 투표한 후보자도 있다”고 전했다.
●전화받다가… 용지유출 해프닝
대전 서구 투표소에서 투표를 진행하던 한 유권자가 투표장을 빠져나왔다가 투표용지 불법반출의 오해를 받을뻔한 해프닝이 있었다.
해당 유권자는 이날 오전 11시께 봉우중학교에 마련된 관저2동 제3투표소에서 본인확인을 거쳐 투표용지를 손에 받아든 상태에서 갑작스레 걸려온 전화를 받으며 투표장을 빠져나왔다.
투표용지를 손에 쥔 채 투표장 밖에서 2분여간 통화가 이어졌고 직원들의 제재는 없었다.
그는 통화를 마치고 그대로 투표소에 다시 들어가 기표 후 투표함에 용지를 모두 넣어 마무리했지만, 공직선거법상 금지하는 투표용지를 은닉 등의 사안으로 발전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보은 최고령자 아들 손잡고 찰칵
보은군 최고령 투표자 박순봉(106·수한면 교암리) 할아버지가 4일 보은군 수한면 투표소 방문해 소중한 1표를 행사했다. 박 할아버지는 아들과 부인이 동행해 최고령자 투표권자임을 확인하고, 기념 사진촬영 동의 후 아들의 도움을 받아 투표를 했다.
●진실 혹은 거짓? 사전투표제 함정
4일 세종시 조치원읍 제12투표소에는 사전 투표제도의 보완을 필요로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A씨는 지난달 30일부터 31일까지 사전 투표를 하고도 이를 인지하지 못한 채 투표장에 나와 혼란을 초래했다. 결국 시 선거관리위원회는 10여분 이상 실랑이 끝에 사전 투표 사실을 확인했다. 선관위는 개표 후 조사를 통해 A씨의 고의성을 판단할 예정이다.
●투표용지 말썽에 참관인들 불만
사전투표가 처음 실시된 가운데 중구 산성동 지역의 투표 용지가 말썽을 일으켜 참관인들 사이에서 불만섞인 목소리가 오갔다. 자동 전자 개표기가 사용됐으나 제대로 투표한 투표용지도 분류를 하지 못하고 '미분류'로 대거 분류됐기 때문이다. 산성동 지역 시장선거에서만 250여장, 중구청장 선거에서만 300여표 이상이 '미분류'표로 분류됐다.
이는 사전투표 과정에서 투표용지를 출력한 프린트기에 문제가 있어 전자 개표기가 인식을 하지 못한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했다. 선거 개표 담당자는 “전자 개표기가 투표용지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것 같다”라며 “직접 손으로 분류하는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무효? 유효? 애매하네
대전 서구 지역 개표 현장인 유성구 대전무역전시관에서는 오후 7시 5분께 개표가 시작된 뒤 유·무효 투표를 가려내는 심사집계부에 애매하게 도장이 기표된 투표지 문의가 잇따랐다. 개표 담당자들은 매뉴얼에 따라 투표도장이라고 확인되는 경우는 유효로 처리했다. 하지만 개표담당자들도 서로 엇갈린 의견을 내놓는 경우가 있을 정도로 유·무효 판단이 쉽지 않았다. 한편 이름에 직접 기표한 용지가 발견되기도 해 유효표로 처리됐다.
●우리도 궁금하긴 마찬가지…
오후 7시 5분께 서구지역 개표 현장인 유성구 대전무역전시관에서는 400여명의 개표사무원들이 개표를 시작했다. 개표사무원들은 중간에 쉬는 시간을 이용 스마트폰으로 삼삼오오 모여 개표 방송을 시청했다. 특히 대전시장과 서구청장 등 우리 지역 개표율에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개표사무원 권 모씨는 “개표사무원들 대부분이 공무원으로 우리와 함께 일 할 사람이 누구인지 궁금하기는 마찬가지”며 “옛날에는 스마트폰이 없어서 볼 수 조차 없었는데 이제는 참 편리해진 것 같다”고 밝혔다.
●“한국 개표기술 배우러 왔어요”
대전 유성구 개표소가 마련된 대전컨벤션센터에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유학 온 나이지리아인이 개표 내내 참관해 눈길을 끌었다.
검은 피부의 툰데 올루페미 아요델레(Tuude OluFemu A yo deleㆍ40)씨는 한남대학교에서 공공행정학 박사과정을 밟는 중에 교수의 추천으로 오늘 개표소에 참관하게 됐다.
그는 한국의 선거와 개표방식을 배워 나이지라아에 적용하고자 참관 내내 꼼꼼히 적고 사진도 찍으며 누구보다 바쁘게 움직였다. 아요렐델씨는 “첨단 장비를 이용한 한국의 개표를 현장에서 배워 귀국후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참관을 자처했고, 역할을 나누고 첨단 기계를 활용하는 게 인상깊다”고 전했다.
●개함 늦어지고, 미분류표 많아
6·4지방선거 동구 개표소인 대전대학교 맥센터 체육관에선 습하고 더운 날씨 속 각 투표소에서 가져온 투표함 개함이 늦어지면서 여기저기서 일부 불만이 나왔다. 이날 개표소 입구에선 확인작업이 더디게 진행되면서 한 시간이 훌쩍 넘게 투표함이 길게 늘어서는 상황이 연출돼 기다리던 투표소 직원들이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느냐”고 불만을 떠뜨렸다. 결국 개함은 오후 8시 30분이 넘어서야 진행됐다.
또 대전시장 투표 분류작업 과정에서 미분류표(도장을 찍지 않았거나 잘못 찍은 표)가 한 개 동에서 100개가 넘게 나오는 등 예상보다 훨씬 많이 나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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