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월이 오면 뭐가 생각나세요? 아버지는 창밖을 멍하니 바라보다 “쏟아지던 포탄 속에서 생사고락을 함께 했던 전우들이 생각난다”고 말씀하셨죠. 순간 아버지의 눈두덩이가 붉어졌고 금세 눈물이 차오르더군요.
아버지는 전쟁의 상흔으로 얼룩진 몸과 마음을 자식들에게 내색하지 않고 혼자 삭이셨죠. 평소 말이 없던 아버지에게 다가가는 방법을 우리 가족은 잘 몰랐어요. 제 나이 오십이 다 되어서야 아버지와 다정하게 포옹을 하게 되었는데 그것도 잠시, 아버지가 갑자기 먼 길을 떠나서 인사도 제대로 못 드렸어요. 죄송해요, 아버지. 제가 힘들 때 친구나 자식들의 위로를 받고 용기를 얻었던 것처럼 아버지에게 친구 같은 딸이 되고 싶었는데….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은 세월이 흐를수록 깊어진다고 하더니 참말인가봐요.
정애령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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