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매너와 룰은 자신에게는 엄격하고 동반자에게는 관대할수록 좋은 골프를 할 수 있다.
“캐디 언니, 이거 안쪽으로 드롭해도 되지.”
P선배는 캐디의 대답도 듣기 전에 이미 카트도로 위에 놓여있던 공을 집어 들고 페어웨이 안쪽 좋은 지점을 찾아서 드롭 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카트도로 위에 놓인 볼의 올바른 구제 방법은 우선 니어리스트 포인트(가장 가까운 구제 지점)를 찾아야 하고 그 곳에서 핀에 가깝지 않게 한 클럽 이내에 드롭 해야 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여기서 가장 가까운 구제 지점이라고 하는 것은 공이 놓인 지점에서 카트도로에 스윙이 방해 받지 않고 핀에 가깝지 않는 가장 가까운 지점을 말한다. 따라서 P선배의 볼은 페어웨이 안쪽이 아니라 카트도로 바깥쪽에 드롭 해야 했고 P선배가 드롭 하고자 하는 위치보다 훨씬 뒤로 가야 했다. 또한 볼을 집어 들기 전에 먼저 마크를 하고 동반자의 동의를 구하는 절차도 P선배는 무시하고 있었다. 결국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만 룰을 해석하고 고집하는 P선배로 인하여 동반자들은 라운딩 내내 심한 스트레스를 받았고 급기야 P선배와 다시는 골프를 하지 않겠다고 하는 상황이 되었다.
골프 룰이란 라운딩 하는 동안 코스에서 일어날 수 있는 수많은 상황들을 일일이 열거하여 모든 골퍼들이 평등하고 공정하게 게임을 이끌어 나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만들어 놓은 법이라고 보면 될 것이다. 따라서 골프매너를 잘 지키는 사람은 동반자를 즐겁게 해 줄 뿐만 아니라 자신의 플레이에도 충실해서 언제나 좋은 스코어를 기록할 수 있으며, 룰을 엄격하게 적용하는 것 또한 신중한 플레이를 유도하게 되고 집중력을 키울 수 있기 때문에 일석이조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된다.
여기 일례를 한번들어 보자. 모 프로 시합에서의 실화다.
티샷을 한 S프로의 볼이 페어웨이 벙커에 빠졌는데 두 번째 샷 또한 실수로 벙커를 탈출하지 못했었다. 그 때 S프로는 무심코 세 번째 샷을 하기 전에 두 번째 샷 지점에서 본인이 만들어 놓은 발자국을 고무래로 정리하였다. 그리고 세 번째 샷을 온 그린 시킨 뒤 홀 아웃 하였고 우리는 모두 다음 홀로 이동하였다. 그런데 갑자기 S프로가 “아차, 내가 큰 실수를 했다. 아까 벙커에서 세 번째 샷을 하기 전에 벙커를 정리한 것은 룰에 위반되는 행동이다”며 마커에게 자신의 스코어를 조정해 줄 것을 요구했었다.
동반자 모두 무심코 지나친 일이었지만 S프로는 스스로 자신의 실수를 깨닫고 벌 타를 자청한 것이다.
룰(rules)에 의하면 해저드(벙커도 해저에 속함) 안에서는 공을 치기 전에 해저드의 상태를 테스트해서는 안 되며, 해저드 안의 지면이나 물에 손과 클럽으로 접촉해서도 안 된다. 또한 해저드에 접촉하고 있는 루즈 임페디먼트를 움직이게 해서도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결국 S프로의 행동은 공을 치기 전에 벙커 안의 모래 상태를 테스트 한 것으로 간주되는 상황이다. S프로야 말로 자신에게는 엄격하고 동반자에게는 언제나 관대한 플레이를 하는것으로 동반자들을 즐겁게 해 주는 분으로 정평이 나 있다.
골프란 심판이 없는 운동이다. 스스로 판단하고 스스로 룰에 입각하여 결정하여야 하는 매너 운동이다. 따라서 룰을 익혀둔다면 동반자에게도 언제나 환대 받을 수 있으며 즐거운 골프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골프 룰은 복잡하고 다양하기 때문에 모두 숙지하기란 어렵다. 진정한 필드의 신사가 되려고 한다면 룰 북 한 권쯤은 캐디백에 넣고 다녀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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