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미선 편집부장 |
성공하고 싶다면 이 세가지를 기억하라. 10대에는 꿈을 꾸고 20~30대땐 공부에 힘을 쏟고 40대 이후의 인맥은 성공을 향한 발판이 된다는 의미다.
세계적 소프트웨어업체인 MS사의 빌 게이츠나 애플의 스티브 잡스도 그들을 도와주고 밀어준 조연들이 있었기에 세계최고가 될 수 있었다.
빌 게이츠에게는 하버드 동창인 발머가 있었고, 발머는 20년간 2인자 자리를 지키며 빌 게이츠를 도왔다. 성공신화를 창조한 CEO 스티브 잡스도 아이팟 개발의 숨은 조력자인 토니 파델이 있었다. 그림자처럼 함께하는 친구를 얻는다는 것은 엄청난 행운이다.
실제로 역사를 만드는 것은 1인자가 아니었다. 절대군주를 보필하며 국정을 운영한 참모들, 혹은 뛰어난 지혜와 능력을 가졌지만 1인자에게 밀려난 불운의 인물들이 역사의 수레바퀴를 움직인 주역이다.
삼국시대 최고의 지략가로 알려진 책사 제갈량은 정치, 경제, 천문까지 능통한 천재로, 한때 도망자 신세였던 유비에게 천하를 안겨주었다.
중국에 제갈량이 있었다면 우리나라에는 고국천왕에게 등용되어 고구려의 기틀을 닦은 을파소가 있다. 평범한 시골농부였던 을파소를 최고관직인 국상(國相:현 국무총리)에 임명한 것은 한국 역사상 손꼽히는 파격인사였다. 백성을 아끼는 마음으로 유명한 그는 춘궁기인 봄에 곡식을 빌려주었다가 수확기인 가을에 갚도록 하는 전대법을 실시해 국민들의 찬사를 받기도 했다. 농민의 현실을 잘 아는 농사꾼을 등용했기 때문에 성공했던 인사가 아니었나 싶다.
2014년 대한민국호는 어떠한가. 국가위기대응시스템의 허점과 무능력한 정부의 민낯을 고스란히 드러낸 세월호 참사.
'가만히 있으라'는 말만 믿고 구조의 손길을 기다리던 꽃다운 학생들과 무고한 사람들이 바다 속으로 가라앉는 것을 국민 모두가 가슴을 움켜쥐며 지켜보았다. 집권 2년차에 접어든 대통령은 세월호 침몰 사고로 인해 쏟아지는 국민적 비난을 고스란히 받고 있으며, 국무총리는 '총대'를 메고 사퇴했다.
정홍원 총리는 지난 1년여간 박근혜 정부의 공식 2인자로 자리했지만 국무총리라는 막중한 지위에도 불구하고 존재감은 미미했다. '2인자를 두지 않는다'는 박대통령의 독특한 인사스타일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현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인사문제로 많은 난관에 부딪쳤다. 김용준 총리 후보자를 시작으로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와 김학의 법무부차관 내정자 등 5명의 장·차관급 후보자가 대통령 취임을 전후해 낙마했다. 집권 중에도 몇 명의 장관이 불명예스럽게 자리를 떠나기도 했다.
결국 박근혜 정부 1기는 실패한 내각으로 정리될 분위기다. 세월호 참사 대응의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정홍원 국무총리의 후임으로 안대희(60) 전 대법관을 내정했다. 안 전 대법관은 지난 18대 대선 때 새누리당 정치쇄신특별위원장을 맡았으며 한광옥 국민대통합위원장 영입 문제로 박 대통령과 마찰을 빚고 정치 일선을 떠나 있었다고 알려진다.
박 대통령은 안 전 대법관이 2003년 불법 대선자금 수사를 이끌며 국민적 지지와 대중성을 얻었고, 대통령에 쓴소리도 할 수 있는 이미지를 갖췄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상 초유의 재난정국, 대한민국호는 지금 절대권력의 1인자보다 현명함과 개혁정신으로 국민적 공감을 얻어낼 2인자를 원하고 있다.
인사(人事)는 만사(萬事)라고 했던가. 인사가 잘 돼야 모든 일이 순조롭게 풀릴 수 있는 법이기에 박근혜 정부 2기 내각에는 '을파소'와 같이 민심을 잘 아는 인재들이 등용되길 바란다. 죽을 것 같던 4월의 아픔을 뒤로하고, 대한민국이라는 배는 다시 앞으로 나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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