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유출 피해 인정 안돼” 당진·서천어민 소송 기각

서해 유류사고 민사소송 첫 선고… 사정재판때 인정된 22억도 묻혀 피해주민들 반발

서해안 유류오염사고 피해 보상액 결정을 위한 민사소송 첫 판결에서 재판부가 피해주민이 아닌 국제유류오염보상기금(IOPC)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따라 지난해 1월 국내 사정재판에서 결정한 피해 보상액보다 깎이거나 한 푼도 받지 못할 위기에 놓인 피해주민들이 강력 반발하고 있다.

대전지법 서산지원 민사7부(재판장 성보기)는 21일 태안 기름유출 사고 당시 피해를 입었다는 당진지역 수산분야 채권자 4607명에 대해 손해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판결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당진 해안에서는 타르볼 합계 12㎏이 발견됐으나, 원유가 아닌 타르의 형태로 도착했고 그 양이 미미한 점에 비춰 볼 때 그것만으로는 수산자원량 감소 등으로 인한 수입 손실이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또한 “당진 지역에는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조업제한조치도 없었기에 어업중단으로 인한 손해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 같은 1심 선고 결과에 대해 유류피해대책위원회 등 피해주민들은 허탈과 함께 “법원의 판결을 이해할 수 없다”며 울분을 토했다.

지난해 1월 같은 법원에서 실시한 사정재판에서는 22억 원의 피해를 인정했으면서도 1심에서는 모든 피해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선고한 것은 한 입으로 두 말한 것과 같다는 반응이다.

사정재판에서 25억여 원의 돈을 들여 수산분야 국내 최고 전문가들이 피해액을 산출 했는데 그것을 모두 무시한 법원의 태도가 이해되지 않는다는 것. 어민들은 재판부가 판시한 내용 가운데 7년 전 사건을 이제와 서류로 판단한다는 것과 타르가 12㎏만 발견됐다는 것 등에도 의구심을 품었다.

유류피해대책위는 어민들이 무더기로 피해를 입은 태안지역의 선고에서도 이와 같은 결과가 나올 경우 집단행동도 불사하겠다는 각오를 내비쳤다.

한편 서산지원 민사6부(재판장 성보기)도 이날 사정재판에서 피해를 인정받지 못한 서천지역 맨손어업 어민 이모씨가 유조선사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을 기각했다.

이날 판결은 서해안 기름유출사고 피해보상과 관련해 서산지원에서 진행 중인 12만2000여 건의 소송 중 판결을 통해 주민들의 피해 여부와 규모가 가려진 첫 선고여서 그 의미가 크다.

앞으로 화해권고나 소 취하 등으로 결론이 난 2만7000여건을 제외한 9만여 건의 1심 소송 결과가 연말까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내포=박태구·유희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