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운내… 둥구나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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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운내… 둥구나무야”

'둔산동 터줏대감' 수령 170년 느티나무 올 봄 이파리 안나고 껍질 벗겨져

  • 승인 2014-05-20 18:14
  • 신문게재 2014-05-21 6면
  • 임병안 기자임병안 기자
▲ 높이 18m, 밑동지름 2.3m에 이르는 수령 170년의 느티나무가 대전 둔산동 샘머리공원 화단에 심어져 있는 가운데 다른 나무와 비교해 아직 잎을 틔우지 못하고 있다.
<br />이성희 기자 token77@
▲ 높이 18m, 밑동지름 2.3m에 이르는 수령 170년의 느티나무가 대전 둔산동 샘머리공원 화단에 심어져 있는 가운데 다른 나무와 비교해 아직 잎을 틔우지 못하고 있다.
이성희 기자 token77@
170년동안 대전 서구 둔산동을 지켜온 느티나무가 그 어느해보다도 올해 봄을 힘겹게 보내고 있다.

1982년 대전시 보호수로 지정돼 둔산동 샘머리공원에 있는 느티나무는 지난 가을의 이파리조차 떨궈내지 않았고, 싹이 돋아날 움도 튀우지 못했다. 껍질은 조금씩 벗겨져 하얀 맨살을 드러내며 마르고 있다.

둔산동 느티나무는 둔지미 들판이 도심로 변하는 과정을 지켜봤고 흩어진 주민들이 옛 터전을 확인하는 유일한 나무라는 점에서 각별한 의미가 있다. 둔산 개발 전 마을 주민들에게 느티나무는 둔지미 둥구나무라고 불렸다.

지금의 선사유적지 매표소 맞은편에 뿌리내렸던 둔지미 둥구나무는 마을 주민들이 논일 나갈 때 꼭 거쳐가는 자리였다.

아랫둔지미에 살았던 윤홍기(75)씨는 “선사유적지 주변에 아랫마을 둔지미가 있었고, 논과 밭으로 나가는 길목에 풍채 좋은 느티나무가 있었다”며 “우거진 이파리는 집채만한 그늘을 만들었고, 두꺼운 가지는 그네를 내걸었을 정도”라고 기억했다.

주민들은 둥구나무를 그저 오래된 나무나 땀을 식히는 장소로 여긴 것만은 아니다. 매년 정월대보름이면 아래 둔지미 주민들이 모여 둥구나무에 오색빛 옷을 입히고 정성을 올리는 목신제를 열었다.

박진섭(79)씨는 “깨끗한 우물에서 그날 처음 뜬 물을 올리고 풍년과 안녕을 기원했다”며 “둥구나무의 가지를 꺾어 땔깜으로 쓴 집에 통티가 난다고 믿어 떨어진 가지도 가지런히 모아놓을 정도로 신성시 여겼다”고 설명했다.

그런 느티나무가 1992년 겨울 뿌리채 옮겨져 지금의 샘머리공원에 이주했다. 둔산 택지개발이 시작되면서 주민들이 떠나고 모든게 바뀔 때 하나를 남겨놓은 게 바로 주민들이 아끼던 둥구나무였다.

서구문화원은 둔산 느티나무를 '도시 개발로 여러 곳으로 흩어진 이주민들의 삶의 터전을 확인하고 향수에 젖으면서 못내 아쉬움을 느껴왔던 나무'로 소개했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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