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성장-복지확대 딜레마… 해법은 사회적 자본”

“경제성장-복지확대 딜레마… 해법은 사회적 자본”

2012년 시책 발표후 전국적 롤 모델 '두각'… 지방자치의 새 패러다임 제시 세종시 원안통과·창조경제 전진기지 선도 '뿌듯'… 퇴임후 정치참여 안할것

  • 승인 2014-05-12 14:15
  • 신문게재 2014-05-13 11면
  • 대담=이승규 행정자치부장(부국장)ㆍ정리=이영록 기자대담=이승규 행정자치부장(부국장)ㆍ정리=이영록 기자
▲ 염홍철 대전시장이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 염홍철 대전시장이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떠나는 뒷모습이 아름다운' 염홍철 대전시장을 만나다

사회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양적·질적 성장을 동시에 취하기는 쉽지 않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양적 성장을 거듭하면서 무수한 성과를 일궈냈다. 하지만 이제는 성과에 치우친 성장에 따른 파생된 부작용을 개선해 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더 나은 양질의 성숙한 사회를 위해 필수 불가피한 것이다.

양적성장 일변도보다는 상호신뢰와 포용, 배려와 봉사, 이해와 협력, 관용과 다양성을 존중해야 한다. 따라서 사회적 자본은 인간중심의 사회로 변화하고, 보다 성숙한 사회 진입을 위해 사회 구성원이 신뢰와 관용을 바탕으로 공동의 목적을 달성하는 사회적 역량인 것이다.

다양하게 발생하는 각종 사회적 문제도 사회적 자본 확충으로 해결할 수 있다. 사회문제는 상호불신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는 하드웨어 위주의 성장이 아니라 소프트웨어, 즉 인간중심 사회로 바뀌어야 한다. 이런 사회를 만드는 중심에 사회적 자본 확충이 있는 것이다.

염홍철<사진> 대전시장은 2012년 7월, 자매도시인 호주 브리즈번시 출장을 다녀온 뒤 '대전형 사회적 자본 키우기'를 골자로 한 '브리즈번 구상'을 발표, 시책으로 강력하게 추진해 오고 있다.

염홍철 시장은 “북부유럽은 남부유럽에 비해 복지확대와 경제성장을 동시에 이루고 있는데 이는 재정의 건전성과 강한 제조업 기반, 풍부한 사회적 자본 등이 요인”이라며 “이중 복지 확대와 경제 성장을 동시에 이룰 수 있게 한 무엇보다 중요한 요인은 풍부한 사회적 자본”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염 시장이 강조한 사회적 자본이란 '구성원 간의 신뢰와 협력, 소통 속에서 더 좋은 관용과 화합의 공동체를 만드는 요소'인 것이다. 20년전 임명직 시장에 이어 민선 3기, 민선 5기 시장직의 마무리를 즈음해 이번 임기에서 염 시장이 추진해 온 '대전형 사회적 자본 키우기'에 대한 배경과 성과, 향후 비전 등에 대해 들어봤다. <편집자 주>

-사회적 자본의 개념과 시행 배경은 뭔가.

▲사회적 자본은 한마디로 '사람들 사이의 좋은 관계망'을 뜻한다. 사회 구성원간 신뢰와 관용을 바탕으로 공동의 목적을 효율적으로 달성하게 하는 사회적 역량인 것이다. 이를 통해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내고, 그 결과 또는 과정에서 약자에 대한 배려, 공정성의 확보가 이뤄진다.

북유럽 국가의 특징은 재정의 건전성과 강한 제조업을 기반으로 경제성장을 일궈내고 있다. 이를 뒷받침하는 중요한 것은 풍부한 사회적 자본이다. 우리나라는 북유럽 국가와 사회경제적 여건은 다르지만 사회적 자본의 확대라는 측면에서 추진이 가능한 모델로 판단돼 시책으로 대전형 사회적 자본 키우기'를 추진하고 있다.

저출산과 고령화의 가속화, 글로벌 경제위기와 장기적 내수침체 등에 따른 경제 성장의 한계 극복은 물론 급증하는 복지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새로운 자본'의 의미를 갖고 있다.

-사회적 자본 확충은 시민 공감대 형성이 중요하다고 본다. 만 1년여가 지났는데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보는가.

▲2012년 8월, 전국 최초로 사회적 자본 확충을 위한 시책을 발표한 후 민·관 참여 사회적 자본 워킹그룹 실무회의를 10회 개최하고, 시민친화적인 사회적 자본 브랜드 슬로건을 선정했다.

2013년 2월에는 새 정부의 국정과제로 사회적 자본이 채택됐고, 광역시 최초로 사회적 자본 확충 조례를 마련, 공포했다.

2013년 3월에는 사회적 자본의 확충에 대한 체계적인 조사와 연구기능을 수행하는 사회적 자본 연구센터와 사회적 자본 정책심의 및 사회적 자본 확충 지원위원회를 구성했으며 같은해 10월에는 민·관 협력의 중간지원 기관인 사회적 자본 지원센터를 개소, 운영하고 있다. 또 '모이자, 해보자, 가꾸자'를 테마로 대전형 좋은 마을 만들기 공모사업을 추진해 주민이 직접 참여, 주도하면서 공감대 형성이 확산하고 있다.

이 결과, 일방적인 관중심이 아닌 주민주도형 민·관 쌍방향 거버넌스가 구축됐다.

마을신문, 마을텃밭, 마을벽화 등 13개 유형의 221개 사업을 주민 주체로 추진하면서 주민들간 공동체 형성은 물론 의제발굴에 따른 생동감 있는 마을로 변화한 것이다.

주민들 역시 상생과 협력의 좋은 관계망을 형성해 사업의 진정성에 90% 이상의 높은 만족도를 보이면서 지속적인 추진을 희망하고 있다.

-추상적인 개념이 강해 추진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이 있었을 것으로 보여지는데 이중 현실적인 어려움은 어떤 것이었다고 생각하나.

▲개성과 창의를 가진 다양한 지역사회 구성원의 모든 잠재력을 한 데 모아 시민적 일체감을 조성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주민들간 지역적인 한계와 신뢰가 부족한 현실의 벽이 여전하다는 것을 새삼 느낀 것이다.

시민들에게 사회적 자본을 일종의 브랜드 이미지로 자리매김하고, 참여와 관심, 신뢰가 높은 사회 구현 구축에 한계를 실감했다.

정책적인 측면에서는 예들 들어 좋은마을 만들기 사업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지역 전문가와 멘토단 양성 등 체계적인 지원 시스템 한계와 교육과정 마련이 절실했다.

결국, 사회적 자본 확충은 지역을 넘어 범국가적인 의식개혁 운동으로 확산되어야 한다.

-전국의 롤 모델이 될 사회적 자본의 향후 전망과 비전은 어떤가.

▲2012년 8월부터 시작된 사회적 자본 확충을 위한 본격적인 시책 추진은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 가정과 마을의 작은 단위에서부터 사회적 자본을 토대로 한 따뜻한 변화의 바람을 가져온 것이다.

사회적 자본은 인프라 구축 등과 같은 유형의 사업이 아니라 시민의 마음을 신뢰와 배려 등 사회적 자본이 풍부한 시민으로 변화시키는 무형의 사업이다.

이같은 선구자적 시정 운영은 대전의 품격을 높임과 동시에 지방자치가 추구해야 할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혁신적인 사례가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시정이 시민들에게 신뢰를 얻고 시민들간 참여와 소통, 신뢰와 배려, 협력과 나눔의 가치가 공유될 때 대전은 지속 가능한 성장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 상호불신에서 비롯되는 각종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데 드는 비용 절감은 물론 대전의 품격을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결국, 사회적 자본은 자연과 더불어 우리 후손에게 물려줄 소중한 자산인 것이다.

-사회적 자본에 대한 개인적 철학이 궁금하다.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직면하는 딜레마중 하나가 '경제성장'과 '복지확대'의 충돌이다.

포퓰리즘이라는 지적과 함께 사회적 약자에 대한 국가의 지원 확대가 한치의 물러섬 없이 맞서기 때문이다. 양쪽 모두 만족하게 하는 것이 최상의 정책 목표라고 생각한다.

신뢰가 경쟁력이라는 원칙과 시민 개개인은 미약하지만 공감과 이해를 통해 연결된 시민 다수는 무한한 능력을 갖고 있다는 신념을 바탕으로 건강한 대전 공동체를 형성하는 것이 시정 방향이자 목표이다.

사회적 자본 확충을 통해 물질중심의 사회에서 인간 중심의 사회, 성장사회에서 성숙사회로 발전할 수 있다. 대전에서 시작된 사회적 자본 확충이 대전을 실질적으로 변화시키는 것은 물론 전국 지자체로 확산될 때 우리나라가 변화될 수 있을 것이다.

-민선 5기가 한달 여 남았다. 성과와 아쉬운 점도 많을 듯한데 당장 기억에 남는 성과와 아쉬운 점은 뭔가.

▲우선 공무원들의 노고에 대해 깊은 감사를 드린다. HD드라마타운, 효문화진흥원, 시청자 미디어센터, 특허정보원 등 공무원들의 열성적인 업무추진에 힘입어 시에서 신청한 국책사업을 거의 유치했다.

사실상 행정수도이자 제2수도권 중심도시로 성장할 세종시 원안 통과 및 출범, 과학벨트 거점지구 유치는 대전 발전의 획기적인 기회라고 생각한다. 또 사회적 자본 확충은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로 연계됐고, 20년 만의 엑스포재창조 사업 추진, 창조경제 전진기지로서의 선도적 역할 등도 성과로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다만, 오랜 노력에도 구봉지구 도시개발사업이 국토교통부 중앙도시계획위원회에서 부결된 것은 아쉬운 점이다. 새 정부에서 다각적인 규제개혁을 추진하고 있지만 아직 지방의 현실을 인식하지 못한 중앙 정부의 이론적인 규제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명분을 살리고 전략을 수정, 재추진 준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다음달 말이면 임기와 더불어 40년간의 공직을 내려놓는다. 퇴임 이후 거취가 궁금하다.

▲그동안 소홀했던 여행을 다니고, 친지와의 사적인 교류를 넓히고 싶다. 대전에 살면서 책도 읽고, 글도 쓰고, 대학에 나가 강의도 할 계획이다. 그리고 정치에는 절대 참여하지 않을 것이다.

앞에 나서지 않고 대전 발전을 위해 뒤에서 묵묵히 봉사활동에 매진하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홀가분한 자유를 누리면서 자존심을 지키고 싶다. 끝으로 나에게도 속물적인 욕심을 거부하는 맑은 영혼이 있다는 것을 실증하고 싶다.

대담=이승규 행정자치부장(부국장)ㆍ정리=이영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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