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야구가 좋다” 관람객 빼곡
지난 10일 열린 한화와 기아전이 열린 한밭야구장이 관객들로 가득차 있어 빈자리를 찾아볼수 없다. 이날 한밭야구장은 올 시즌 세 번째 매진을 기록했다.[한화이글스 제공] |
이날 오후 5시 열리는 프로야구 한화이글스와 기아타이거즈의 경기를 보기 위해 찾은 관람객이 표를 사기 위해 20m 이상 길게 늘어서 있었다.
한화와 기아의 유니폼을 입은 광팬들부터 가족 단위 관람객, 연인 등이 뒤섞인 인파들은 먹거리를 싸들고 서둘러 경기장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한화 용품샵 계산대에는 물건을 계산하려는 사람들로 빼곡했고, 바로 앞 회원 모집 창구에도 사람들이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10여분 뒤 한화의 한 여성 직원이 “오늘 현장 판매 티켓이 모두 매진됐다”고 발표하자, 아직 표를 구하지 못한 사람들이 아쉬운 표정을 감추지 못한 채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그 사이로 60대 초반 정도로 보이는 검은 점퍼 차림의 남성이 매표소 앞을 오가며 나즈막한 목소리로 “표를 팔고 있다”고 했다.
암표상이었다. 표가 얼마나 있느냐고 묻자 이 남성은 경계심 가득한 눈빛으로 주위를 살피며 “넉넉하게 있다. 외야석, 지정적 모두 있다. 가격은 그리 비싸지 않게 주겠다”고 했다. 같은 시각 축구 내셔널리그(N리그) 대전 연고팀인 코레일과 천안의 경기가 열리고 있는 주경기장은 휑한 분위기여서 바로 옆에 있는 야구장과 대조를 이뤘다.
경기장에는 100명도 되지 않는 관중들이 썰렁한 분위기 속에서 경기를 지켜보고 있었다. 이날 경기장을 찾은 관람객은 N리그 관계자 및 대전축구협회 및 대전시체육회 직원, 일부 조기 축구회원, 각 팀 선수 가족 등이 대부분이어서, 순수 관람객은 이보다 훨씬 적었다. 이날 경기는 오후 3시부터 시작됐지만, 한밭운동장으로 밀려드는 인파는 대부분 야구장쪽으로 움직였다.
경기장 앞에서 치킨과 음료를 팔고 있는 한 상인은 “오늘 음식을 사간 사람 중에 축구를 보러 온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며 “가끔 야구와 축구가 함께 열리는 날이 있는데 매번 똑같다”고 했다.
한화의 열렬팬이라는 20대 커플은 “오늘 야구장 바로 옆 주경기장에서 N리그 축구 경기가 있다”는 질문에 “전혀 몰랐다”며 “축구에는 관심이 없다. 야구가 최고다”라고 말한 뒤 서둘러 경기장으로 갔다.
야구와 축구는 대표 스포츠이지만, 관중의 야구 쏠림 현상은 비교가 불가할 정도로 극단적이다.
이는 같은 프로 스포츠인 K리그와 프로야구의 관중을 비교해도 금방 알 수 있다.
야구는 최소 1만여명이 찾고 있지만, K리그는 대부분 5000명 미만이고, 1000명 수준일 때도 많다.
생활체육으로서 축구는 대전만해도 올해 1월 말 현재 1146개 클럽에 5만9469명고, 야구는 496개 클럽에 1만7932명이 등록돼 있다. 그만큼 축구의 저변이 야구보다 많이 확대돼 있지만, 관중들은 야구에만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최순호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은 이에 대해 “축구는 마케팅을 잘못했다. 규모로 봐선 야구보다 크지만, 관중수는 많이 적다는 핸디캡을 갖고 있다”고 개탄스러워했다.
이날 한밭운동장에선 우리나라 야구와 축구의 명암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최두선 기자 cds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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