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라'나 '오이'가 '안녕'임은 『우리말로 배우는 브라질어 회화』(김한철)로 이내 알게 된다. 남아공 월드컵 당시 출간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게임』(척 코어, 마빈 클로스)에서는 참을성을 갖고 읽으면 분열된 세계를 하나로 만드는 축구의 감동을 맛보게 된다. 『춤추는 축구』(구경모 외)는 남미 축구, 『이수열의 축구 전술 리포트』는 브라질 축구의 자상한 지침서다. 서준형의 『월드컵의 위대한 전설들』도 일독할 가치가 있다.
심리학, 사회학, 경영학을 오가는 『축구의 미학』(프리츠 지몬 등)은 남성성의 도피처 등 주제부터 관심거리다. 크리스토프 바우젠바인의 『축구란 무엇인가』는 '여담'들이 기억에 남는다. 독일 선수 프란코 포다(Franco Foda)가 교체 투입된다는 장내 방송에 브라질 2만 관중은 축구장이 떠나가라 폭소했다. '프란코 포다(franco foda)'는 브라질어로 '공짜로 섹스하다'. 포옹(압박)과 전희(오픈게임), 슈팅(오르가슴)의 은유가 웃음을 자아낸다.
조금 이론적이지만 그저 그런 궁금증을 찾아 긁어준 책은 『현대 축구의 전술, 알고 봐야 제대로 보인다』(이형석)였다. 대표적인 예가, K리그는 왜 유럽리그보다 느릴까. 볼을 모는 물리적 스피드, 패스를 잇는 기술적 스피드, 신속한 플레이 구사의 두뇌적 스피드 모두 그 이유가 된다.
스포츠 전문 MC 이은하의 눈 역시 예리하다. 『축구 아는 여자』에서 K리그가 왜 유럽리그만큼 인기 없는지를 밝히는데, 의외로 간단하다. 유럽리그만큼의 스타플레이어가 없어서다. 재미있게 보는 방법은 더 간단하다. 유럽의 빅리그와 비교하지 않기다. 눈만 높아진 관중에게 일침을 가한다.
톤이 약간 다른 최원창 기자의 『투혼』에는 월드컵 상식들이 한 광주리 담겼다. “한국 축구는 항상 무엇엔가 쫓기는 듯한 느낌이었다”는 전 대전시티즌 김호 감독의 추천사에 마음속 밑줄을 쫙 긋는다. 현안에 매몰되지 않는 계획성을 주문하는 것이다. K리그 챌린지(2부)를 주도하는 대전시티즌, 아니 한국 축구계 전체가 들을 체험적 쓴소리다.
시작과 끝이 일치한다면 올해 프로축구는 풍년 농사가 될 전망이다. 다득점, 수준 높은 골, 관중 수 급증, 스타 탄생 등 4다(多) 열풍을 대전의 김은중과 서명원 등도 함께 견인하고 있다. 이럴 때 “이겨야만 의미가 있다면 언제나 절망할 것”이라는 한 번역자의 말은 도들새김으로 새겨둘 만하다. '팬심'은 한결같아야 한다.
응원문화에 대한 다른 조언도 곁들여진다. 한국 축구팬들은 점잖고 잉글랜드 팬들보다 완전 양반이다. 응원문화는 바뀔 필요가 없다. 이것이 『존 듀어든의 거침없는 한국 축구』의 시선이다. 조나단 윌슨은 역설적으로 『축구철학의 역사』에서 각성을 환기시킨다. 축구 발전의 저해 요인으로 ”현대 축구가 누리는 인기”를 들춰내기도 한다.
그런 과한 인기는 부러움의 영역이다. 관중이 많아야 선수가 신나는 '사회적 촉진' 현상과 궁합이 맞는 분야가 지역 연고제 스포츠다. 브라질 월드컵 개막일인 6월 13일, 때맞춰 대전시티즌과 러시아 FC시비르가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이츠대전 국제축구대회를 통해 맞붙는다. 많은 성원으로 대전시티즌이 K리그 클래식(1부) 승격의 동력을 얻는다면 더는 바랄 게 없겠다. 브라질 월드컵 조별리그 H조 첫 경기를 한국과 치르는 팀도 러시아여서 경기가 박진감 넘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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