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같은 정원 감축 규모 격차는 구조개혁 방안이 나왔을 때부터 어느 정도는 예견됐다. 하지만 서울·경기 지역은 생각보다 여유로운 듯 보인다. 정원 감축 계획이 아예 없는 대학이 있다는 것은 가산점에 의존하지 않아도 사업 선정에 문제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신청 대학과 사업단 수가 많은 충청권은 상·하위권 대학 차이도 근소한 편이라 치열한 경합이 불가피해졌다.
물론 집계된 정원 조정 폭은 지역 대학의 자율적인 감축 규모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소수점 차이로도 당락이 갈린다는 지역 대학의 절박함이 묻어난다. 결정적인 선정 요건인 가산점을 늘려 사업에 선정되고 보자는 일종의 전략인 셈이다. 정원 감축 비율부터 정하고 특성화 틀을 짠 데서 빚어진 지방대의 고육책이 여기에 묻어난다.
정원 감축에 따른 높은 가산점 제도가 잘못하면 부작용으로 발현될 수 있다. 학문 특성에 대한 고려 없이 감축 대상을 선정했을 때는 특히 더 그렇다. 그렇게 되면 대학·지역별 특성화 학과(학부)를 통해 비교 우위 분야의 경쟁력을 키우기는 힘들다. 즉 본연의 사업 목적에서 필연적으로 멀어지게 된다.
다른 비수도권의 감축 비율을 봐도 8~9%대다. 반대로 수도권 대학의 감축 비율이 낮은 이유는 가산점 따위 아예 없거나 최하점만으로 가능하다는 자신감에 다름 아니다. 지방대 특성화 사업이 지방대 감축 수단이 될 거라는 관측이 많았는데, 우려가 현실이 되지 않길 바란다.
정원 감축의 불가피성은 지역 대학에서도 충분히 공감하지만 그 당위성이 아무리 중요해도 특성화 계획과 선후관계가 바뀔 수는 없다. 정원 감축이 2015년에서 2017년까지 과도하게 맞춰진 데 따른 현 고교생들의 대학입시 대란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들어야 한다. 특성화 사업은 말 그대로 “선제적으로 (지방대의) 체질을 개선하고 (대학) 교육의 질 내실화를 유도”하는 중요한 방편으로 가지 않으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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