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내용이다. 의사가 아닌 윤모(61)씨는 의사 이모(73)와 공모해 2004년 7월 공주시에 148병상 규모의 노인요양병원을 개설했다. 이씨는 윤씨로부터 월급 700만원을 받는 조건으로 개설 명의 겸 병원장으로 일하기로 합의했다. 실제 운영자는 의사가 아닌, 이른바 사무장 병원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이들이 병원을 운영한 기간 요양급여비용으로 8억9364만원을 병원 대표자인 이씨의 계좌로 지급했다.
하지만, 이들이 의료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윤씨와 이씨는 항소까지 제기한 끝에 2006년 4월에 벌금형을 확정받으면서 문제가 됐다.
보험공단 측은 “명의를 빌려 병원을 개설하는 위법행위를 저질러 국민건강보험법상 지급의무 없는 요양급여비용을 지출하는 손해를 입게 했다”며 윤씨와 이씨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대전지법 제12민사부(재판장 장성관)는 공단 측의 주위적 청구를 기각했다고 7일 밝혔다.
물론, 공단 측의 주장대로 손해배상 책임이 윤씨와 이씨에게 있다고 판단했지만, 시효가 소멸됐다는 피고들의 주장을 받아들인 것이다.
피고 측 변호인은 “공단은 피고들이 불법행위로 벌금형을 확정받아 의사인 이씨가 2007년 자격정지 처분을 통보받았는데, 소송은 2012년 7월에 제기했다”며 “손해배상 청구권의 시효인 3년이 지났다”고 항변했었다.
그런데 실질적 병원 운영자인 윤씨에 대한 부당이득반환 예비적 청구에 대해서는 공단 측의 손을 들어줬다. 다시 말해, 윤씨가 공단에 8억9364만원 상당의 요양급여비용과 지연에 따른 손해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근거로 재판부는 손해배상 청구권이 아닌 시효가 10년인 부당이득반환 청구권을 적용했다.
윤씨 측 변호인이 “요양급여비용은 직원급여와 약제비 등의 운영비와 진료비로 사용된 것이지, 윤씨가 얻은 부당이득은 없다”고 항변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위법행위에 따라 지급된 요양급여비용은 사용처와 무관하게 받은 것 자체가 부당이득이라는 이유에서다.
재판부는 “병원의 전반적인 경영은 윤씨가 담당한 점, 의사인 이씨는 명목상 대표라는 점 등에 비춰보면 윤씨가 요양급여비용 상당의 이득을 얻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윤희진 기자 heeji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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