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알아야하는 특허이야기] 창조ㆍ혁신 원동력 '특허'

모든 아이디어 권리화, 스티븐 잡스의 안전망 '삼성-애플 소송' 사례로

▲ 고준호 특허청 특허심사3국장

1984년 애플의 스티브 잡스는 PC 업계의 강력한 경쟁자로 등장한 IBM-PC에 대항하기 위해 '매킨토시'를 내놓는다. 그 이전에 볼 수 없었던 마우스, 윈도우, 아이콘을 이용한 혁신적인 '그래픽 인터페이스'를 제공하였던 것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현재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PC 대부분은 매킨토시가 아니라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우에 의해 운용되는 IBM-PC 계열의 컴퓨터이다. 만약 당시 스티브 잡스가 '그래픽 인터페이스'와 관련된 기술들을 특허로 충분히 확보했더라면 IBM-PC 계열의 컴퓨터는 오늘날처럼 널리 활용되지 못했을 것이다.

이러한 후회였을까. 스티브 잡스는 생전에“모든 것을 특허화하라”는 명령을 내린다. 후문에 의하면, 한 달에 한 번씩 엔지니어와 특허변호사를 불러모아 개발 진행 중인 아이템들을 모두 특허출원하게 했다고 한다.

그 뿐만 아니다. 스티브 잡스 본인도 멀티터치 특허를 보유한 벤처 기업을 인수하여 '손가락 제스처'에 의한 제어 기술 개발에도 직접 발명자로 참여하기도 했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최근 삼성과 애플 사이에 벌어지고 있는 특허소송에서 '스티브 잡스 특허'라 불리는 발명들은 애플 기술의 안전망으로서 그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이처럼 특허는 선발자의 혁신적 기술을 도전자로부터 효과적으로 방어할 수 있는 독점적, 배타적인 권리를 보장한다. 역으로, 자신의 혁신적 기술을 특허로 보호받는 데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선발자의 지위는 언제든지 도전자들에게 추월당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져준다. 사소하다고 생각되는 아이디어라도 이를 특허와 연계시켜 권리화한 자만이 특허가 주는 혜택을 누릴 수 있을 뿐이다.

특허의 중요성을 깨닫고 이에 정성을 쏟은 스티브 잡스. 신기술을 개발하고 특허를 받을 때마다 흐뭇함을 느꼈을 모습을 상상해 본다. 창조와 혁신의 동기를 부여하는 특허는 이제 우리 생활 속에 필수불가결한 존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고준호 특허청 특허심사3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