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9일 돈을 받고 승진·정규직 전환시험 문제를 유출한 한국농어촌공사 전 직원 윤모씨 등에 대한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재판부에 구형을 서면제출 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수일 후 검찰은 범행에 주도적 역할(업무방해 등 혐의)을 한 윤모씨에게는 징역 6년과 추징금 2억 1000만원, 같은 혐의로 기소된 엄모씨에게는 징역 4년과 추징금 2500만원을 서면구형했다.
당시 윤씨의 변호인은 “이유는 모르겠으나 일주일 정도 후 서면구형 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귀띔했다. 검찰이 이례적으로 수일을 걸려 서면구형한 것, 법원과 검찰이 선고예정날까지 구형에 대해 함구해 온 것은 드문 일이라는 법조계와 지역민들의 반응이다.
검찰의 고뇌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지난 3월 26일 김종성 충남교육감이 뇌물수수혐의 부분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같은 의혹을 받던 이석화 청양군수의 무죄설이 법조계에 나돌자 신중함을 보인 듯한 모습이다. 이 군수는 지난달 23일 무죄를 선고받고 구속된지 약 140여일 만에 풀려났다.
앞선 결심공판 최후진술에서 이군수는 “처음부터 끝까지 검찰에 의해 만들어진 사건”이라고 항변했다. 이와 관련 김 교육감, 이 군수 등 기관장들의 뇌물수수의혹이 무죄로 판명되는 등 잇따른 검찰의 무리한 기소와 혐의입증 실패에 향후 고위공직자 관련 비리수사가 위축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감이 증폭되고 있다.
검찰은 피의자나 참고인 등의 진술을 믿으며 그들이 제공한 증거물에 확신을 갖고 수사를 진행하지만, 재판정에서 번복되는 경우가 많다. 검찰이 가장 허탈해 하는 부분이다. 실제로 지난달 10일 법정에서 이 군수에게 돈을 건넸다고 주장하는 부하직원 지모씨는 이 군수의 지시내용이 담긴 메모가 허위였다고 번복했다. 이 한번의 번복으로 당시 재판정은 술렁였으며 검찰의 입에서조차 무의식적으로 탄성이 새어나왔다. 지씨의 진술이 신빙성을 잃었기 때문이다.
농어촌공사 시험문제 비리 사건과 관련, 검찰은 구형과 관련한 일체의 질문을 차단하고 있다. 두 사건을 계기로 검찰이 증거확보에 더욱 노력해야 한다는 여론이다. 대전지법 홍성지원 관계자는 “추가 병합심리가 있어 준비기간이 필요한 것으로 안다”고 짧게 말했다.
내포=유희성 기자 jdyhs@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