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청 1층 로비에 마련된 세월호 합동분향소를 찾은 시민과 공무원들이 조문을 기다리며 길게 줄지어 서 있다.
이성희 기자 token77@ |
“차디찬 물속에서 애타게 가족을 보고 싶어 할 아이들을 위해 해 줄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어 너무 미안합니다.”
28일 오전 대전시청사와 충남도청사 1층 로비에 마련된 세월호 침몰사고 희생자 합동분향소를 찾은 조문객들은 무거운 마음으로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이날 대전시청사에 마련된 합동분향소에는 주민들과 공무원, 정치인들이 조문을 이어갔으며, 항공우주연구원 등에서 단체 조문했다.
한상매(60·여)씨는 “와서 보니 물속에 잠길 때 아이들의 고통이 느껴지는 듯 해 가슴이 아프다”며 “미래의 주역들이 꽃도 피워보지 못하고 진게 어른들의 잘못 같아 미안해 밤에 잠도 자지 못했다”고 말했다.
오후에는 학생들의 발길도 이어졌다. 성모여고 송민정(19)양은 조문 후 “더 구조하지 못해 답답하다. 어른들의 잘못된 판단으로 아이들이 희생되는 사고였다고 생각돼 안타깝다”며 슬퍼했다.
같은 날 오전 충남도청사 1층 로비에 설치된 합동분향소에선 회색 옷을 입은 한 젊은 여성이 고개를 숙인 채 눈물을 흘렸다. '그저 미안하다'는 말 뿐이라는 이 여성은 슬픔에 휘청거리기까지 했다.
합동분향소는 시끄럽지 않으면서 그렇다고 조용하지도 않은 참담한 분위기가 돌았다. 창문이 비스듬히 전면 유리로 돼 있어 툭툭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가 더욱 분위기를 숙연하게 했다.
끊임없이 내리는 비는 조문객들의 슬픔을 더하게 하면서도 그들이 흐느끼는 소리는 감춰주고 있었다.
안산의 합동분향소처럼 긴 행렬이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차분한 조문객들의 발걸음은 끊이지 않았다. 아침 일찍 분향소를 찾았지만 단체 조문객들과 줄 서있는 조문객을 일부러 피해 뒤에서 지켜보고 있었다는 박모(57)씨는 세월호 선장과 선원, 유병언씨, 정부 관계자들에 대한 분노를 쏟아내기도 했다.
이날 도청 합동분향소를 찾은 조문객은 공무원들이 대부분이었지만 천안과 청양의 노인회에선 대형버스를 대절해 단체 조문을 왔다. 또 배낭을 멘 채 비를 맞고 온 청년, 외국인 등 도민들의 조문이 계속됐다.
도청사 1층 정문 우측에는 각자의 안타까움을 담은 노란 리본이 두 줄로 길게 늘어져 있었다. 리본에는 대부분 미안함을 담은 글귀들이 적혔다.
이날 대전시청과 충남도청의 합동분향소에는 각각 1000여명, 600여 명의 조문객이 찾아 헌화하며 눈물을 흘렸다.
대전·충남 분향소는 안산에서 합동영결식이 거행되는 날까지 24시간 운영된다.
임병안·내포=유희성 기자 jdy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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