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정부와 자치단체, 공기업 등에 따르면 현재 긴급전화번호는 범죄신고 112, 화재·응급구조 119 등 9개이며 생활정보번호는 자치단체 콜센터 120 등 12개에 달한다. 여기에 민원·상담번호도 20여 개나 된다. 이들 번호는 대부분 국번이 없는 3~4개 숫자로 구성된 번호지만 일반 시민들이 기억하고 있는 번호는 2~3개 종류에 불과하다. 정부나 각 기관은 분야별 상황에 맞춰 전문콜센터 직원들이 민원 서비스를 하도록 번호를 다양하게 마련했다.
민원을 제기하더라도 2차, 3차에 걸쳐 관련 부서를 찾아야 하는 그동안의 번거로움을 없애고 상담원이 우선적으로 상담을 해줄 수 있도록 한 게 이 같은 서비스의 취지이기도 하다. 그러나 당초 취지와 달리, 각종 긴급 및 민원상담 번호가 수십 개에 달해 시민들은 오히려 혼란스럽다는 반응이다. 정작 특정분야에 대한 민원을 제기하고 싶더라도 떠오르는 번호가 없어 인터넷 검색을 해야 할 판이다.
이순영(42ㆍ서구)씨는 “최근 세월호 침몰사고만 보더라도 119 말고 별도로 마련된 해상사고 신고번호를 아는 사람은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평상시 관심을 두지 않는 번호인데 급한 상황에서 그 번호로 전화를 걸 수 있겠냐”고 지적했다.
대전시도 행정 민원과 관련, 국번 없이 120번만 누르면 되는 콜센터를 운영하고 있지만 시민들에게 제대로 알려져 있지 않다. 더구나 이같은 서비스는 시민을 대상으로 한 민원상담보다는 각종 민원 전화로부터 직원들이 업무 수행에 방해를 받지 않도록 하는 방패막이 기능이 크다는 비난을 받는다.
시 관계자는 “하루 1500~1600건의 전화가 해당 번호로 걸려오며 단순 민원상담이 대부분”이라며 “단순한 민원으로 직원들의 업무가 마비되기도 해 2006년부터 이같은 서비스를 해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경태 기자 biggerthanseoul@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