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천 순연 등으로 숨가쁘게 시즌 개막 이후 숨가쁘게 보낸 한화는 지난 24일까지 21경기를 치러 8승13패를 기록하면서 김기태 감독 사퇴 등으로 어수선한 LG를 제치고 9개 구단 중 8위에 올라 있다. 5위를 기록하고 있는 삼성·롯데와 3경기차로 그리 큰 차이가 나지 않은 데다 지난 시즌 21경기(4승1무16패)에 비해선 좋은 성적을 거뒀다.
하지만 FA 최대어 정근우·이용규를 영입하고, 메어지리거 용병 투수를 영입하는 등 전력을 업그레이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한화이기에 팬들의 기대치에는 못미치는 성적이라는 목소리다. 한화의 출루율은 9개 구단 중 넥센과 LG, 롯데에 이어 4위, 팀 득점권 타율도 2할7푼5리로 4위에 올라 있다. 필요할 때 점수를 뽑아냈다는 얘기다.
여기에는 자신의 역할을 십분 해주고 있는 정근우와 용병 타자 피에가 중심에 서 있다. 정근우는 타율 3할2푼4리에 출루율이 4할8푼9리 15득점에 도루도 8개나 했다. 그야말로 한화 공격의 핵으로 맹활약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한화에서 가장 많은 인기를 받고 있는 용병타자 피에는 3할3푼3리로 타율 9위에 올라 있다. 타점은 20점을 기록, 3위에 랭크돼 있다. 빠른 발을 이용한 주루플레이는 물론, 수비에서도 맹활약하면서 스타덤에 올라 있다. 피에는 특히 쇼맨십까지 갖춰 1999년 한화의 우승을 견인했던 주인공 중 하나인 '제이 데이비스의 재림'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하지만 한화는 올 시즌 '독수리의 비상'을 보여주기 위해 해결해야 할 숙제가 많다. 한화는 팀 타율이 2할6푼2리로 최하위이고, 장타율도 7위에 머물러 있다. 평균자책점도 하위권이다. 무엇보다 한화의 가장 큰 난제는 용병 투수들의 부진이다. 클레이는 5경기에 출장해 1승2패로 평균자책점 6.65, 앨버스는 4경기에 나와 2승1패로 평균자책점 5.40을 기록했다. 이는 규정 이닝을 채운 용병 투수 가운데 가장 많은 것이다.
그나마 토종 유창식이 데뷔 후 가장 좋은 출발을 하면서 선발진에 힘을 보태고 있지만, 불펜 난조로 빛을 발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다. 한화는 올 시즌 벌써부터 블론세이브를 3차례나 기록하며 5.29의 불펜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김응용 감독이 믿었던 송창식과 김혁민 등이 연이어 무너졌고, 신인 최영환이 그나마 자물쇠로 나서고 있지만 불안감은 여전할 수밖에 없다.
폭투도 빠뜨릴 수 없는 숙제다. 폭투가 압도적으로 많은 구단인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김응용 감독은 조경택 2군 배터리코치를 1군으로 올리며 돌파구를 찾겠다는 의지지만, 과연 얼마나 나아질 지 미지수다.
한화의 주름살을 깊게 하는 또다른 큰 문제는 바로 실책이다. 한화는 21개의 실책을 범해 이 부분 1위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그만큼 실책으로 내준 경기도 많다. 최근 내야진이 안정되고 있다고 하지만, 여전히 실책은 한화의 승리에 발목을 잡는 불안 요인이다.
여기에 정근우와 함께 한화 유니폼을 입은 이용규는 아직 부상에서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탓에 2할4푼3리 8타점 10득점 등 저조한 성적표와 도루, 수비 등의 한계 등으로 제 역할을 못했고, 앞으로도 당분간은 전성기같은 활약은 기대하기 힘들다.
최두선 기자 cds0817@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