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을 하다가 문득 이런 생각을 했다. '30년 동안 봉사하지 않고, 이제야 하겠다는 말씀인지, 30년 동안 공직에 있었으니 퇴직 후에도 공직을 맡겠다는 것인지….'
물론, 해당 후보는 30년 동안 공직생활을 하면서 봉사를 했으니 퇴직 후에는 더 열심히 봉사하겠다는 의미로 자랑스럽게 내걸었을 것을 것이라 믿는다. 하지만, 숨겨진 곳곳에 여전히 전관의 행태가 만연하고 있다는 점에서 비딱한 시각만 나무랄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세월호 참사의 원인과 책임 추궁 과정에서 드러난 해양수산부 전직 고위 관료들만 봐도 그렇다. 퇴직 후 해운조합 이사장을 비롯해 상층부를 장악해 해수부와 해운사들의 이해관계에서 완충지대 역할을 해온 당사자들이다. 수십년간 공직에서 '봉사'해온 전관(前官)들이다.
전관예우(前官禮遇)다. 고위 공무원을 지낸 후 자신이 몸담았던 공직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관련 기업 등에서 특별대우를 받는 행태다.
법조계도 전관예우가 남아있는 대표적인 곳으로 꼽힌다. 전관예우 방지법 탄생에 주요한 역할을 했을 정도다. 법조계 전관은 판사와 검사 출신의 변호사다. 변호사 개업 후 전관들에게 사건이 쏠리는 건 사실이다. 현직에서 일한 대가로 받았던 돈에서 '0'을 하나 더 보태면 될 정도로 '대박'을 터트릴 수 있다.
하지만, 경험하지 못했던 대박이라는 희열감에 사로잡혀 전관으로서의 도의적 책임과 역할을 잊는 이들도 적지 않다.
법조문 외의 언행은 지양하는 게 미덕이던 판사와 검사 상당수는 법복을 벗은 후에도 속세와 무관한 듯 자신의 현실, 즉 '돈벌이'에만 집착하는 경향이 강하다. 그것도 모자라, 수월한 사건 수임과 자문ㆍ위촉변호사 자리를 노리며 주요 직함만 차지한 채 제 밥그릇 챙기기에만 여념 없는 전관들까지 있을 정도다.
물론, 전관 출신 변호사로서, 법원과 검찰, 변호사회 등 법조계 구성원들과의 상생과 변호사업계의 공생, 시민들과의 소통 등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는 이들도 적지는 않다.
대전에는 모두 265명의 변호사가 있다. 규모가 비슷한 광역시와 비교하면 변호사는 월등히 많다. 그만큼 먹고살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는 얘기다. 이럴 때일수록 지혜를 모아 함께 사는 길을 찾아야 하는데, 구심점이 보이지 않는다. 대전에서 가장 우수한 인재들이 모인 곳이라고들 하는데, 맞는 말인지 모르겠다.
윤희진·법조사건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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