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여파로 지역 학생과 교사들에 대한 심리치료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고개를 들고 있다. 또래 친구들의 참사 소식을 언론이나 인터넷 등에서 전해 듣는 학생들이 정신적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세월호 침몰 8일째 사망자 수는 150여 명에 달하며 이 가운데 대부분이 안산 단원고 학생들이다.
직접적인 당사자는 아니지만, 지역 초·중·고생에게 이번 참사가 남의 일 같지 않다고 여겨지는 이유다. 일부 학생들은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거나 학업에 집중하지 못하는 등 심리적으로 불안한 증세를 호소하고 있다.
또 TV와 인터넷을 보면 사고 현장의 모습과 오열하는 유가족 등 세월호 침몰과 관련된 비통한 소식만 접하게 되면서 우울증에 빠지기도 한다. 심한 경우에는 혹시 나의 주변에서 비슷한 일이 일어날까 봐 안절부절못하는 학생도 있다는 것이 일선 학교의 전언이다. 교사가 받은 심리적 충격도 상당하다.
제자를 먼저 탈출시키느라 침몰하는 배에서 미처 빠져나오지 못하거나 심한 괴로움 탓에 구조 이후에도 스스로 목숨을 끊은 교사들의 사연이 알려지면서 침통한 모습이다.
모 교사는 “똑같이 아이들을 가르치는 입장에서 제자들을 위하는 교사들의 마음을 알 것 같다”며 “관련 소식을 들을 때마다 가슴이 먹먹해 오고 답답함을 느낀다”고 호소했다.
대전교육청도 일선 학생과 교사들의 심리치료 필요성을 인지하고 대책 마련을 준비 중이다. 당장 다음달 1일부터 초 1·4학년 중1, 고1 등 7만여 명을 대상으로 시작하는 정서행동 특성검사를 통해 세월호 사고로 인한 학생 등의 심리적 충격을 파악할 예정이다.
이 검사는 '평소에 우울증을 겪은 적이 있느냐'라는 식의 설문조사를 통해 진행된다. 검사 결과 심리적 불안자로 판명되면 상담교사와 1대 1 심리치료 등을 실시할 계획이다.
가톨릭대 대전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최지욱 교수는 “슬픔이 분노로 뒤바뀌면서 일반 국민도 우울감, 무기력, 허무감 등 정신 심리적 이상은 물론 두통, 피로감, 소화불량 같은 신체적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며 “이 상태를 벗어나기 위해선 세월호 참사에 대한 뉴스에 몰입하지 않도록 자제하고 자신이 좋아했던 일이나 취미활동을 하면서 기분전환을 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강제일 기자 kangje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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