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법 취지를 못 따라잡는 차별과 편견은 '현재진행형'이었다. 출입 자체 또는 시설 이용을 제한받거나 문전박대당하는 사례는 지면에 나열하기 힘들 만큼 많다. 휠체어를 밖에 두고 입장하라는 식당의 사례도 보도를 통해 소개됐다. 이날 토론회에서 예시된 시각 장애인 투표 접근성 침해도 그렇다. 장애인이 삶의 주인으로 당당히 공존하는 사회 만들기에 인색했다는 뚜렷한 증좌다.
이와 같은 차별은 사실상 장애인이 있는 곳이면 문화체육시설, 금융권, 근린생활시설 등 어디에나 존재한다. 법을 시행하는 공공기관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전체 장애인의 80% 안팎이 차별을 인식한다는 조사도 나왔다. 대전장애인인권센터의 인권상담 사례 238건을 보면 장애인에 대한 최소한의 연대의식마저 없다는 느낌이 들 정도다.
장애인 인권은 비하사건 등 사회적으로 민감한 사안이 떠오를 때만 반짝 관심의 대상일 뿐 권리 구제와 옹호에는 늘 허술했다. 정책 역시 시혜와 동정 차원은 아니었는지 깊이 반성해볼 시점이다. 차별 철폐는 지극히 정당한 권리이자 인류 보편의 가치다. 진정이나 요구에 앞서 개선할 부분은 제도적으로 먼저 개선해야 할 것이다.
사회적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 장애를 이유로 한 의도적 차단이든 부작위에 의한 불편과 아픔이든 결과에서는 크게 다름이 없다.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공감능력 확산을 위해 장애인인권조례가 강화돼야 함은 물론이다. 발달장애인법 제정, 장애인연금법 처리 등 후속 입법화를 서두를 부분 또한 많다.
모든 부문, 즉 고용, 교육, 문화, 오락, 복지 등에서 안전성, 편리성, 유용성, 즉시성의 원칙에 충실한 접근권이 보장돼야 한다. 우선 오는 지방선거에서 시각장애인과 휠체어 사용자의 불편 없는 선거 참정권부터 보장되길 바란다. 장애인의 현장 투쟁으로 이끌어낸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차별 철폐에는 역부족임이 23일 토론회에서 확인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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